하루

by 일뤼미나시옹

하루


일 년에 하루를 죽고


일 년에 하루, 하늘만 마시고


일 년에 하루를 초식동물처럼


일 년에 한나절만 섹스를 하고


일 년에 하루, 폭풍우 속의 나무처럼, 눈발을 어깨에 얹은 나무처럼


일 년에 하루, 한 잔의 물로 너를 마시고


일 년에 하루, 가족을 바꾸고


일 년에 한 번 앞산을 뒤집어엎고


일 년에 하루를 산그늘에 마른 들꽃으로 바스락거리면서


일 년 하루, 장미에게 헌혈을 하고


일 년에 하루, 돌멩이랑 놀고


일 년에 하루, 발가벗은 해를 껴안고


일 년에 하루 밀물에 무릎 꿇고 썰물에 무릎 꿇고


일 년에 하루, 만년 설산으로 스스로를 드높이고


일 년에 하루, 너를 위해 저 달을 마시고


일 년에 하루, 눈 뜬 별이 되어 사과나무를 기다리고


일 년에 하루, 너는 눈 없는 별이기에, 내 눈을 네게


일 년에 하루, 빈손에 흐림이 한가득


일 년에 하루, 시외버스 스치는 풍경에 기도 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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