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그림읽기

빈센트 지아라노 : 이스트 빌리지

by 일뤼미나시옹

읽어 보아.

나의 편지야.

가을 편지야,

겨울까지 유예된 편지야.

겨울이 되면 이 글들은 눈 위에 뿌려진

새들이 물어다 떨어뜨린 나뭇가지야.


읽어보아.

나의 편지야.

어디에서 쭈그려 앉아서 담배 피우고 있는건 아니겠지

네가 세상 어느 구석에 쭈그리고 앉아 담배 필 때마다

나는 네 몸이 느껴져. 네가 담배연기 품으면서 그렇게 쭈그리고

앉을 때마다 나도 세상 한구석에 주저앉게 돼.


읽어보아.

나의 가을 편지야.

네가 보자마자 한눈에 이해 되는 편지야.

네가 아는 나의 본래 그대로의 모습으로 본다면 말이야

나는 네 본래의 모습에게 이 편지를 쓰고 있어

어디서 너는 또 쭈그리고 앉아서 너가 찾는 방향 쪽으로

담배 연기를 뿜고 있겠지.


읽어보아.

나의 가을 편지아.

나의 이야기라고 썼는데

네가 아프구나.


빨리 읽어야 하는 편지야

겨울 눈이 내리면

내 글들은 겨울나무들이

내려놓는 죽은나뭇가지가 될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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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뤼미나시옹 인문・교양 분야 크리에이터 직업 예술가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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