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꽃이 왔다
제비꽃이 왔다. 마당으로 나가는 현관 앞 돌 틈에 제비꽃이 왔다. 봄볕을 쬐며 괭이잠을 자고 있다. 세상에서 나와 가장 가까이 살게 될 봄꽃으로 왔다. 남국의 어느 집 툇마루에서 풀피리 불어 보낸 사랑노래로 왔다. 남풍을 타고 오는 사이 이틀 봄비를 맞고 왔다. 어느 집 툇마루에서 보낸 자줏빛 사랑의 징표. 그러나 바람배달이 잘못 된 사랑의 징표. 세상에서 내가 가장 가까이 보고 있는 사랑의 징표. 바람배달이 잘못된 줄 알지만 내 눈에 심어 뿌리내리게 하고 싶은 제비꽃. 풀피리 연주를 멈추고 허공에 길게 한 호흡 흘려보낸 장탄식 그대로 마당 돌 틈에 앉아 있는 제비꽃. 유일한 한 사람에게 유일한 은유가 되어야 할 제비꽃. 지문처럼 드러나지 않는 심중의 은유를 내 눈은 보고 있다. 제비꽃의 주인은 누구인지. 어떻게 돌려보낼 방법도 없는, 잘못 배달된 줄 알지만 돌려보내고 싶지 않은 제비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