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창가에서

창가에서 - 그 집 마당

by 일뤼미나시옹

그 집 마당


그 집이 사라졌다. 논 팔고 집 팔고 중병의 아버지를 데리고 자식들은 고향을 떠났다. 어릴 적 하늘에서 쌀가루 같은 눈이 나릴 때 두 손 벌리고 빙빙 돌며 눈 받아먹었던 마당. 지금은 동네 쓰레기들 모여들고 잡풀이 쓰레기들을 감추고 지린내가 나고 밤고양이들 교미 장소로 바뀌었다. 남향의 기와집은 포클레인에 내려앉았고 덤프트럭에 실려 사라졌다. 그렇게 동네의 혐오스러운 장소가 되는 동안, 도시로 떠난 일가족 중에 나 보다 네 살 많은 형은 우울증에 자살했다는 소식이 들렸고. 중병의 어른도 돌아가셨다는 소식이 겹쳤다. 기억 속 그 집 마당엔 돼지를 잡아 동네잔치가 벌어지던 곳이었다, 가을이면 탈곡기 돌아가는 소리가 났다. 농사짓는 그들이 나는 참 부러웠고, 너른 그 집 마당이 부잣집을 상징하는 것 같았다. 언제였던가! 내가 그 집 막내의 대빗자루를 빼앗아 말끔히 쓸어주고 바라봐던 황금빛 마당. 묵언 수행자가 입을 열어 읊조린 경전처럼 평화롭고 따뜻했던 마당. 돌담의 그늘에 퍼런 이끼가 달라붙어 있고 마당의 동쪽엔 소외양갓이 있었으며, 마당의 북쪽에는 석류나무를 목마르지 않게 키우던 돌우물도 있었다. 아름답고 어둑하고 텅 비고 가득 차는 변화와 무쌍이 빗질하고 난 마당에 일어났다. 그런 마당에 지금 잡풀 무성하고 여름이면 모기떼 때문에 노모는 불평이 많다. 외지인은 이 땅을 도대체 어떻게 할까. 땅 값이 오르기를 기다리며 묵혀두는 건가. 이웃의 누군가 폐가의 한쪽을 개간해서 채소를 키워 먹는다 하지만 텅 빈 황금빛 마당의 가을의 이맘때 탈곡기 돌아가던 소리와 마른 볏짚 냄새 그리고 낱가리 같은 까슬한 공기의 맛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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