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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창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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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뤼미나시옹 Oct 30. 2023

창가에서 - 새콤달콤

 새콤달콤


  우륵박물관 마당에 유치원생들 봄 소풍 왔다. 고것들 중에 분홍과 파란 음료수병 들고 있는 여자아이 둘. 서로가 서로를 뾰족 뾰족 갓 핀 봄꽃으로 바라보며 발그레하다. 매일 보는 얼굴인데도 어찌 그리 뾰족족하니 싱그러우냐. 한 애가 제 병 뚜껑을 뒤집어 내밀자 앞에 애가 분홍색 음료수를 채워준다. 그리곤 저도 병뚜껑 속을 보여주자 이내 파란색 음료수 몇 방울 채워진다. 고것들 앞에서 내 입안도 새콤달콤 침이 괸다. 봄물 오른 수양버드나무 맛이다. 어른이 되면 잃어버리는 맛. 어른이 되면 가까이 하지 않는 맛. 새콤달콤. 매일 만나도 뾰족족하니 싱그러운 새콤달콤한 눈빛. 어른이 되면 사라지는 눈빛. 고것들 얼굴이 새콤달콤한 봄날. 세상의 봄꽃들이 받아 마시는 햇살의 맛도 새콤달콤한 맛이다. 할아버지가 손녀딸 바라보는 눈빛의 맛도 새콤달콤이다. 어린손목뎅이 잡고 산책 나가서 만나는 얼레지와 손녀딸이 들판으로 내뱉는 옹알이도 새콤달콤이다. 어른이 되서 잃어버린 새콤달콤. 우륵박물관 들어가서도 내내 입안이 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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