異國
야광찌들이 꽂혀 있는 저수지까지 밤의 산책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검은 길속에서 낮은 노랫가락이 번져오고 있다. 여름밤의 내밀한 열기 속에서 밤 별들은 차돌처럼 단단히 박혀 있다. 벼가 익는 들판의 중앙 복개도로 위로 낯선 이국의 노랫가락을 흥얼거리며 한 남자가 지나간다. 그는 저수지 안쪽 동네에 있는 섬유공장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다. 인도나 방글라데시, 태국이나 미얀마. 어느 먼 불교나 힌두교의 나라에서 그가 사랑한 별들을 이국에서 보며 걷고 있다. 오늘은 일요일. 그의 외출이 끝나고 돌아오는 길에 부르는 노래에서 향냄새가 나는 것 같고, 나를 스쳐 지나간 뒤 간간이 불어대는 휘파람 소리는 숯불의 마지막 불기운처럼 밤의 적막 속으로 사라졌다. 내가 올려다보는 밤 별들의 입술에도 휘파람 소리가 파랗게 번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