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발로 죽을 것
-일뤼미나시옹
마지막엔 눈발로 죽을 것, 민들레로 죽지 말 것, 민들레로 죽는 건, 민들레를 모독하는 것, 마지막에는 눈발로 죽을 것, 어디에서건 눈발의 날에 죽을 것, 달리의 그림으로 죽지 말 것, 녹는 시계나 말대가리나 파충류의 이름으로 죽지 말 것, 더더욱이 빈터의 어린 풀이름이거나 익숙한 꽃 이름으로 죽지 말 것, 흰 꽃 노란 꽃 개나리 벚꽃 개망초로 죽지 말 것, 눈발로 죽을 것, 건조한 피부를 긁어 날리는 살비듬 같은 눈발로 흩날릴 것, 날린다는 건 사치스러운 것, 흩날릴 것, 기차처럼 눈발에 잘 어울리는 짐승도 없겠지, 눈발의 날엔 기차도 짐승으로 불러주는 것, 그 짐승에게 눈발로 달려갈 것, 발등이 없는 눈발을 찾을 것, 발음도 없는 눈발을 찾을 것, 먼 사람의 이름에 서린 눈발, 그것이면 족할 것, 누구에게나 먼 사람은 하나씩 있으니까, 누구에게나 눈발이 한가득인 먼 사람이 한 둘은 있으니까, 그 먼 사람의 눈발로 죽을 것, 짐승 같은 기차를 배웅하고 죽거나, 짐승 같은 기차가 관통하는 눈발로는 그칠 것, 터널이 오고 벼랑이 오고 격랑이 오는 날에는 그칠 것, 반드시 눈발로 죽을 것, 그 먼 사이에 한 가득인 눈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