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그림읽기

카를 빌헬름손: 고기잡이 소녀

by 일뤼미나시옹



https://youtu.be/GioQwR97kb4


호수 저편으로 건너가기 위해 나는 배를 빌려 탔지. 배를 타기 전만 해도 나는 뱃사공이 중년의 남성이거나, 건장한 청년이라고 생각했어. 보아요. 내가 타고 있는 배의 뱃사공을. 완연한 햇살 아래 물빛은 물밖의 세상을 받아들여서 흔들며 물의 그림놀이를 하고 있는데, 노를 젓는 소녀는 배를 움직이는 노고에 자기의 슬픔까지 더한 얼굴을 하고 있네요. 나는 맞은편에 앉아서 가만히 그녀의 얼굴을 보았고 이내 그녀가 고개 돌린 수면으로 고개를 돌려야 했습니다. 왜냐 하면 가슴이 너무나 아파왔기 때문인데. 어떤 이유에서인지 모르지만 그녀의 슬픔에는 나의 슬픔의 내용이 함께 있었습니다. 배는 오래되고 무거웠고 고기잡이의 노고는 오래된 노고였지만, 내게는 노동에 힘겨운 얼굴이 아니었고 인간 본연에 깔리 존재의 아픔 같은 것이 느껴졌습니다. 물색의 푸른 기운은 물색에서 번져 나와 뱃사공의 옷과 눈에까지 스몄기에 내가 바라본 슬픔의 이유는, 하루에도 몇 번이고 왕래하며 대화를 나누곤 했던 호수에 담긴 물의 몽상 같은 것은 아니었을까요. 물. 어떤 물은 우리 몰래 출렁거리면서 우리 슬픔을 되새김질하고 있는 물.


Carl Wilhelmson - The Fisher Girl [1894] / 스위스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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