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 쿠사마 야요이
푸른 캔버스에 붉은 점들은 언뜻 보면 단순한 패턴의 반복 같아보이지만,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이 점들은 살아있는 세포처럼 증식하며 캔버스 밖으로 뻗어 나가는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이것은 쿠마사마 야요기가 평생에 걸쳐 그림을 통해 제안했던. 자기 소멸과 무한의 세계이다.
쿠마사 야요이는 어릴 적부터 환각과 강박증에 시달렸다. 그녀는 눈앞을 가리는 수많은 점의 공포를 극복하기 위해 역설적으로 그 점들을 그리기 시작했다.
이 작품에서도 붉은 점들은 촘촘하게 연결되어 하나의 그물망을 형성한다. 그녀는 자신의 공포를 캔버스에 쏟아냄으로써 스스로를 치유했고, 그 과정은 수행자가 염주를 굴리며 번뇌를 씻어내는 과정과 닮았다.
차갑고 고요한 우주 혹은 바다를 연상시키는 배경의 파란색은 무한한 공간감을 제공하며, 전면의 빨간색은 맥박이 뛰는 듯한 생명력과 열정, 그리고 제목에 언급된 ‘사랑’의 언어를 상징한다. 아흔이 넘은 예술가가 세상에 던지는 가장 순수하고 절박한 메세지가 아닐까. 육체의 한계와 정신적인 고통 속에서도 붓을 놓지 않고 매일 사랑을 기도한다면, 어떤 그림이 탄생할까? 그녀는 다음과 말했다. “나는 나 자신을 지우고, 우주의 무한함 속으로 들어가고 싶다.”
쿠사마 야요이가 캔버스 위에 끝없이 점을 찍어내려가는 행위는, 내 안의 갇힌 자아를 깨뜨리고 저 너머에 있는 타자와 세계라는 무한한 바다로 나아가려는 기도가 아닐까. 레비나스가 말한’ 사랑은 타자의 무한성을 향해 나아가는 끝없는 굶주림이며, 결코 채워지지 않는 거룩한 욕망이다.” 는 사랑은 결코 채워지지 않기에 더욱 숭고한 무한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