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현실주의적 풍경 -이브 탕기

by 일뤼미나시옹




리좀의 바다, 탈영토화된 풍경


그곳은 하늘과 대지가 서로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하나로 엉겨 붙은, 시간조차 숨 죽인 태초의 심해였다. 회색조의 안개가 물결치듯 요동치며, 고정된 모든 것은 흐물흐물하게 녹아내렸다. 위도 아래도, 앞도 뒤도 없는 이 막막한 공간은 중심도 위계도 없이 끊임없이 사방으로 뻗어 나가는 거대한 뿌리줄기, 리좀(Rhizome)의 바다였다.

부유하는 그림자들, 그들은 무엇인가가 '되기(Becoming)' 직전의 잠재태였다. 어둠 속에 정박한 검은 배는 과거를 잊은 채 침묵하고, 그 옆에 서 있는 투명한 육체는 고정된 정체성을 벗어던진 채 끊임없이 다른 존재로 탈영토화되고 있었다. 그들은 고형의 형태가 되기를 거부하며, 단지 변이와 이행의 과정 그 자체로 존재했다.

검은 물결을 거슬러 오르는 흰색의 미세한 점들은, 이 홈 패인 공간을 가로지르는 매끄러운 탈주의 선이었다. 그들은 우측 상단의 낯선 섬, 붉고 초록색인 포인트가 섬광처럼 터지는 곳을 향해, 이성이 그어놓은 경계를 허물며 나아갔다. 그곳은 인간의 이성이 도달할 수 없는, 무의식과 직관이 살아 숨 쉬는 해방의 영토였다.

이곳에 '나'라는 고정된 자아는 없다. 나는 단지 이 풍경을 흐르는 미세한 진동, 끊임없이 생성되고 소멸하는 리좀의 일부일 뿐이다. 어둠 속에서 피어나는 유령 같은 형상들은 나의 내면에 억눌려 있던 욕망의 기호들이며, 나는 이제 이 기호들을 따라 무한한 사유의 영토로 미끄러져 들어간다. 그곳에서 비로소 나는, 무엇으로도 정의되지 않는 자유로운 존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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