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치오 젠틸레스키-류트 연주자

by 일뤼미나시옹


오라치오 젠틸레스키 (Orazio Gentileschi)

1612–1620년경

미국 워싱턴 DC, 국립 미술관 (National Gallery of Art)




먼저 충분히 짙고 충분히 부드러운 음영의 질감에 대해 주의를 기울이자. 젖은 음영에는 음악적 침묵이 스며있다. 그리고

왼쪽 상단에서 부드럽게 쏟아지는 빛은 여인의 노란 실크 드레서 위에서 눈부시게 부서진다. 빛은 음악의 온도를 예감하게 한다. 묵직하게 잡힌 치마의 주름과 주름 사이 스민 부드러운 질감을 생생하게 잘 살려내고 있다. 그녀의 고개는 류트의 둥근 몸체 쪽으로 가만히 기울어져 있다. 마치 현이 토해내는 가장 낮은 비밀을 마음이라는 그릇으로 받아내려는 듯하다. 내리뜬 눈꺼풀 아래로 고인 시선은 눈앞의 악보를 쫓지 않는다. 눈빛은 가시적인 세계를 넘어, 공기의 떨림이 자아내는 보이지 않는 파동을 마음의 눈으로 더듬는 침잠의 눈이다.


입술은 이제 막 한 음을 흉내 냈고 조율이 완성되었다. 투명한 뺨 위에는 수줍은 복숭아 빛 홍조가 은은하게 번져 있다. 빛깔은 뜨거운 집중의 열기이자, 음악이라는 신성한 대화에 영혼이 응답하고 있다는 고귀한 증거이기도 하다.

이마 위로 부드럽게 내려앉은 빛은 그녀의 사유를 축복을 받았고, 그녀의 표정은 소리를 듣는 행위를 넘어 소리 그 자체가 되어가는 성스러운 변모를 보여줍니다. 세상의 모든 소음이 소거된 실내, 얼굴성은 우리를 그 평온한 심연으로 초대한다.

어깨 아래로 풍성하게 부풀어 오른 흰 소매의 리넨 질감. 빛을 머금은 소맷단의 잔잔한 주름과 겨드랑이 사이로 비치는 섬세한 바느질 자국은 화가가 이 찰나를 기록하기 위해 얼마나 정교하게 붓을 움직였는지 증명해 보여준다.

어두운 벨벳 천이 덮인 테이블 위, 겹겹이 쌓인 악보의 바스락거리는 종이 질감과 그 곁에 놓인 악기의 매끄러운 곡선은 이 방안에 흐르는 침묵조차 하나의 음악임을 말해주는 것 같다. 악기 표면에 반사된 은은한 빛은 금방이라도 누군가 연주를 시작할 것만 같은 생동감을 부여한다.



젠틸레스키는 '카라바조'의 영향을 받았지만, 그보다 훨씬 우아하고 밝은 빛을 사용했다.

오라치오 젠틸레스키는 당대 최고의 여성 화가였던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의 아버지다. 딸에게 화가로서의 재능을 물려준 스승이자, 자신만의 섬세한 서정성을 바로크 스타일에 녹여낸 다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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