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일뤼미나시옹 Jan 30. 2016

브라이스 마던 - 편지

Brice Marden : Letters





너 없는 날들.... 너 없는 날들....

점등 없는 물 속 같은 날들이 이어질 때마다 나는 물을 찾아갔다. 흐르지 않고 고여 있는 물은 계절이 바뀌어도 떠나지 않았다. 산그늘이 짙게 깔린 물은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답을 구하고 있었다. 나는 물가에 앉아 묵언 수행하는 왜가리처럼 너의 이야기를 했다. 작대기를 들고 수면에 너의 이야기를 그리고 그렸다. 조용한 파문이 수면에 일었다. 나의 이야기는 수면 전체에 추상화처럼 번졌다. 나는 너의 숨소리에 대해, 달의 조각 같은 옆모습에 대해, 속삭이는 눈 깜빡임과 차가운 손에 대해  이야기했다. 나의 그림 이야기는 수면 끝까지 번져나갔고,  물은 내 이야기를 한지에 먹물 번지듯 들어주었다.

이것은 나만의 사랑법.

점등 없는 물 속 같은 날들 속에서 마음에  등불마저 꺼지려 할 때

내가 나를 지탱하는 나만의 문학. 물 위에 띄우는 나만의 편지글.


이전 08화 모네 - Paysage de mati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