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ak eugen
목동의 갈증은 어떤 갈증일까. 공공근로 할머니들이 심어 놓은 팬지꽃 닮은 야생화들 흐드러진 초원. 목동은 기다란 지팡이에 의지한 채 흐르는 분홍 물 한 줌 들어내 마시는 중이다. 문법상 물을 한 줌 들어낸다는 어법은 맞지 않지만, 이 그림에서는 어쩐지 한 줌 물이라고 일컫고 싶다. 물은 구불구불 흘러 타는 목마름 같은 먼 산 너머 노을 진 하늘까지 흘러갈 것이다. 대지보다 하늘이 더 메마르고 팍팍한 불모의 하늘 아래 물도 목동의 옷도 갈증 나게 물들었다. 목동의 갈증은 어떤 갈증일까, 음악 같은 비가 나린 곡우의 밤. 나는 아무도 유심히 봐주지 않는 팬지꽃의 저 혼자의 붉음을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