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그림읽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일뤼미나시옹 Feb 11. 2019

 양치기

zak eugen

목동의 갈증은  어떤 갈증일까. 공공근로 할머니들이 심어 놓은 팬지꽃  닮은 야생화들 흐드러진 초원. 목동은 기다란 지팡이에 의지한 채 흐르는 분홍 물 한 줌  들어내 마시는 중이다. 문법상 물을  한 줌  들어낸다는 어법은 맞지 않지만, 이 그림에서는 어쩐지 한 줌 물이라고 일컫고 싶다. 물은 구불구불 흘러 타는 목마름 같은 먼 산 너머 노을 진 하늘까지 흘러갈 것이다. 대지보다  하늘이 더 메마르고  팍팍한 불모의 하늘 아래 물도 목동의 옷도 갈증 나게 물들었다. 목동의 갈증은 어떤 갈증일까, 음악  같은 비가  나린 곡우의 밤. 나는 아무도 유심히 봐주지 않는 팬지꽃의 저 혼자의 붉음을 생각해 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모리카주 쿠마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