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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뤼미나시옹 Feb 11. 2019

어떤 주점에서



술병은 절반이 비워졌다. 마주 앉은 사람도 없다. 술은 곧 비워질 것이다. 허름한 변두리 선술집에서  여인은 안주도 없이 종일  앉아 있다. 한쪽 손으로 턱을 괴고 있다. 어디를 보고 있는가. 그녀는 지금 막막하다. 술에 의지하는 것 외엔 달리 방법이 없는 듯하다. 어떤 비전도 없고 희망도 없다. 온통 회색이다. 쪽진 머리에 단정한 옷차림이지만  옆모습으로 드러난 눈은 어둡기만 하다. 누가 그녀를 자리에서 일어나게 할 수 있을까. 아마도 저 술병  바닥을 드러내고도 모자랄 것이다. 살다 보면 저렇듯 혼자가 될 때가 있다.  여인은 그림의 바깥을 보고 있다. 보는 것이 아니라, 본 것들을 지우는 건 아닌지. 고통을 정면으로 응시해야 할 때도 있지만, 고통 밖으로 비껴난 시선을 두고 있어야 할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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