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구스트 마케
채소밭이다. 멀리 마린블루의 하늘이 산을 잉크빛으로 적셔놓았다. 산아래부터는 드넓은 평야. 가을걷이를 끝마친 듯 노적가리가 쟁여져 있다. 그리고 끝 간 데 없이 뻗은 황톳길이 두 갈래로 뻗어 있고 길의 바깥과 사이로 채소밭이다. 온갖 채소가 자라고 있다. 대지의 힘이 느껴지게 하는 황톳길이 채소밭의 채소들이 싱싱하게 자랐음을 입증해준다. 저 황톳길은 내가 동경하는 스페인 성 야고보의 순례길을 연상시킨다. 맨발에 반팔 셔츠에 물 한 됫박 마시고 무한정 걸어보고 싶구나. 화가의 붓놀림 같은 바람이 불어 땀을 식혀 줄 것이다. 가자. 어디로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