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그림읽기

에곤 실레

by 일뤼미나시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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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을 닮은 집이 있다.
책을 닮았지만 책이 없는 집이 있다.
빈 방에 책을 닮은 아이가 꽂혀있는 집이 있다.
가족 모두 돈 벌러 간 사이 큰길을 향해 펼쳐져 있다.

책을 닮은 집이 있다.
가난한 주인공이 사는 책을 닮은 집이 있다.
책과 담을 쌓고 사는 주인은 밤이 깊어야 돌아오고

누구나 책을 닮은 집에 세 들면 제 삶을 번역할 수 없게 되고
누구나 저 집에 들면 세상에 없었던 책 속의 주인공이 돼버리는
책을 닮은 집이 있다.

책을 닮은 집이라고 했지만
햇살이 먼저 절실한 집이 있다
책 읽기 위한 창이 아니라
몸을 따뜻하게 데우고 잠을 청해야 하는 집이 있다
햇살이 무자비로 와주길 바라는 열린 창이
간절한 집이 있다.

식구들은 오래된 책 냄새를 풍기며
하룻밤에도 몇 번씩 저들 몸을 뒤적거리는 집이 있다.


책을 달은 집에 딱 한 권 책이 있다
주인공이 누구인지 알기도 전에 잠에 빠지게 하는 책이 있다.
저를 닮은 주인공의 결말을 알기도 전에 잠에 빠지는
책을 닮은 집이 있다.

읽지 않아도 속독으로 읽히는
책을 닮은 집이 큰길을 향해 펼쳐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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