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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뤼미나시옹 Feb 11. 2019

백조의 목을  닮은 소녀

 




몇 갈래 선과 면의  단순화 속에  태어난  너는 이 마을에 며칠 묵었다 떠난 미장공을 닮았다. 집에서 멀리  떠나 돈 벌러  온 미장공은, 집에서 아버지를 기다리는 딸을 그리워하며 벽에 그려  놓은 딸. 습기 많아 푸석한 바랜  벽에 아버지는 유난히 긴 목을 가진 딸을 강조 했다.  그리고  딸에게 오래  전 선물한 꽃무늬 리본을 단발머리  앞머리 위에 얹었고, 아버지의 따뜻한 손 같은  햇살이  얼굴에  비추게 했다. 그리고 길다란 속눈썹이 감은 눈 밖으로 나오게  하여 아내를 떠올렸고,  수다 많은 딸의 입술을 그림 속에는 굳게 다물게  하여  깊은 침묵을 강조했는데, 그 이유는 함부로 사람들이 그림을 훼손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말끔히 재건된 건물  남향의  좁장한 부위에는  백조의 목을 닮은 소녀가 바래가는 벽에   그려져 있는데. 이것은  비단 우리 마을에만 있는 그림이 아니어서. 미장공이  다니는 세상의 곳곳의 바랜 벽에는 꼭 이와 비슷한 긴 목의 소녀가  있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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