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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뤼미나시옹 Feb 11. 2019

1886 Van Gogh Pair of shoes



그의 구두를 보면서 생각했다. 내가 진심 조언을 구하고 생각을 나누고 영감을 받거나 윤리적 모범이 되는 사람이 단 한 사람도 없다. 스쳐 지나간 사람, 한 두 시간 만났던 사람, 오랫 동안 알고 지냈던 사람들 중 그 누구도 진정 존경의 레벨에 든 사람이 없다. 내가 잘못 살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지만 우리 모두 통째 썩어 버린 것이다. 어른 아이  선생  지식인 예술가  모두 돈 밖에 모른다. 모두 위선의 탈을 쓰고 안 그런척 할 뿐이다. 나는 차라리 낡은 구두 앞에서 차라리 내 생을 반성하고 삶의 의미를 생각하고, 인간 보편적 고통  따위를 통감할 따름이다. 무겁고 낡아빠진 구두를 끌고 다니면서 화가는 무엇을 갈구했을까. 날마다 비인간화의 길을 가는 세상의 소식들 접하면서, 우리는 모두 구덩이에 힌쪽 발을 담그고  지근지근 구덩이를 짓밟으면서  남은 발이 깨끗하니 나는 깨끗하다고 한다. 고흐의 구둣발로 세상의 추악함을 걷어 차버리고 싶다. 내 스스로의 지존마저 무너뜨리는 어떤 알량함 마저도. 아.  냉수 먹고 속 차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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