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풍경이 이렇듯 화려할 수 있다니! 검은 앙상한 나무만이 겨울을 말해 줄 따름. 분홍의 휘어진 길, 부드러운 경사의 언덕은 가을 물이 든 것 같네요. 멀리 노랑과 초록의 하늘, 점점이 연분홍의 구름, 검푸른 산과 몇 채의 가옥. 전부를 걸고 살아야 하는 예술가의 삶에서 이렇듯 세계를 아름답게 바라보는 눈은, 마냥 세상이 아름답다고만 느낀다고 되는 것은 아닌 듯 합니다. 이렇듯 아름다운 그림을 그릴 때에는 분명 세계에 대한 한 없는 사랑이 있어야 한다 하겠습니다. 이 창조물이 바로 사랑입니다. 산과 집. 길과 나무. 하늘과 땅. 이 단순화의 형상과 물감의 조화에서 화가는 얼마나 행복했을까요. 소설가 안톤 체홉은 글을 쓸 줄 안다는 건 글을 잘 쓰는 것이 아니라 엉터리 글을 지우는 것. 이라 했는데요. 이 말에 화가의 작업에 빗대어도 동일할 의미가 도출 되겠죠. 엉터리란 비단 창작의 문제만이 아니라서 엉터리 독자의 문제도 있다는 것. 나도 이 부류에 속해 있다는 것을. 머리를 그림 속에 넣어서 물감 냄새랑 그림 속 공기를 깊게 들여 마셔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