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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뤼미나시옹 Feb 11. 2019

나탈리아 곤차로바 : 땔 나무를




나무는 저의 죽은  곁가지를 눈의 무게로  내립니다. 흰 솜의 무게 같은 눈의 무게를 빌려  죽은 나뭇가지를 아프지 않게  땅으로 내립니다. 그리고 해가 뜨면 마을에서 가죽 부츠를 신은 사내들이 눈을 밟고 와서 나뭇가지를 주워 등짐 지고 갑니다. 멀리 키 큰 침엽수들이 눈 덮인 가옥들을 장식하고 있고 겨울나무  여린  가지엔 눈꽃이 창창하게 피어서, 허리가 흰 어머니의 겨울나기를 위로합니다. 하늘에는 여전히 눈구름이 두텁게 덮여 있고,  세상은 이 모든 눈을 받아내려는 듯  고요하고 고요합니다.  다만 눈 밟는 소리만 선명하고, 멀리서 짐승의 울음 같은 설해목의 비명이 들리는 고요하고 고요한 설국입니다.   창 밖 국도변 오월의 이팝나무  꽃들, 저 먼 설국의 눈꽃나무와 교감했습니다.  온통 희고 환해서 사방의 소음이 모두 빨려 들어가는 눈 내린 설국에서의 곁가지 줍기는 소박한 종교의식 같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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