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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뤼미나시옹 Feb 11. 2019

어머니



춥고 배가 고픕니다. 손톱 밑에 피멍이 들도록 가혹한 노동에 시달렸을까요. 길을 잃고 어느 골목에 주저앉았을까요. 뼛속까지 파고드는 추위를 견디고 있을까요. 치매를 앓아  자식도 고향도 햇빛도 모르는 건 아닐까요. 반쯤 가린 얼굴에 내린 깐 눈은 말라 딱딱한 빵을 보고 있을까요. 빈 그릇에 반짝이는 한 닢의 동전을 보고 있을까요. 어떤 절망으로 한 세월을 살았던 걸까요. 저 눈에 아름다운 기억은 무엇일까요. 누구의 어머니일까요. 누가 이 지경으로 세상의 어머니를 슬프게 했을까요. 국가? 돈? 자본주의? 공산주의? 자식? 어머니 앞에 서서 햇빛을 가리지 맙시다. 번쩍거리는 구두를 신고 다가가지 맙시다. 과도한 부의 과시는 하나의 폭력입니다. 사랑이라는 단어는 여기서 제외합시다. '사랑'이라는 말은 이미 너무 많이 써버렸습니다. 거리에서 아무리 사랑, 하고 외쳐도 아무도 동의하지 않고 공감하지 않는 사랑은, 길에서 건네받는 교회 전단지나 같습니다. 그럼 무엇이 필요할까요. 주름 진 얼굴에 상처 투썽이의 부은 손, 절망의 눈, 그리고 희망 없는 세상을 모두 준다 해도 바꿀 수 없는 솜옷. 도대체 어떻게 해야 어머니를 자리에서 일어나게 할 수 있을까요. 해가 떴는데도 나무의 한쪽 어깨가 시린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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