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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뤼미나시옹 Feb 11. 2019

달빛

존 엣킨슨 그림쇼 


달빛이 햇살 같습니다. 창의 불빛들이 노랗게 가득 차 있는 밤. 바깥은 달빛으로 희고 부드러워졌습니다. 나뭇가지마다 달빛이 감겨 있고, 젖은 길이 슬프도록 환합니다. 달을 향해 몸을 돌리고 있는 두건을  쓴  소년  혹은 소녀는 달의 부름에 이제 막 고개를 돌렸습니다. 달은 소년 혹은 소녀와 나무와 젖은 길과 구름에게 달빛 세례를 베풀고 있습니다. 거칠었던 낮의 세계는 밤의 달빛으로 온후 해졌습니다. 낮의 세상살이로 상처 받은 사람은 달밤에 길이나 마당 혹은 베란다에서 달빛 치유를 받아야 합니다. 그럴 때 있습니다. 달이 우리의 발걸음을 세울 때 있습니다. 그럴 때는 외면하지 말고 응대해야 합니다. 달을 바라볼 때, 별을 볼 때, 나무를 올려다볼 때, 돌을  보거나 고양이를 바라볼 때, 흐르는 물을  볼  때 포즈를 다르게 해야 합니다. 각각의  사물을 만나는 방법을 달리  해야 합니다. 가령 나의 경우 밤의 별들을 가장 잘 헤아리는 경우는 엄동의 겨울밤 마당 귀퉁이에서  오줌 누며 고개 젖혀 올려다보는 별들입니다. 그림 속  소년 혹  소녀는 달을 만나는 가장 이상적인 자세를 보여 줍니다. 오늘 밤 달이 뜰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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