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그림읽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일뤼미나시옹 Feb 12. 2019

로버트 과스메이: 목화 따는 사람

    목화를  따는  사람은  글자를  몰라도 됩니다. 음악도 몰라도 되고 시나 그림도 몰라도 됩니다. 그는 커다란  손과 햇살을 충분히 견딜 수 있는 근육질의 등과 겸손한 무릎만 있으면 충분합니다. 붉은 태양이  하늘의 것이라면, 희고 풍성한 목화는 부드러운 여성의 언어 같은 대지의 산물입니다. 이 둘은 서로를 멀리서 바라보고 느끼고 있습니다. 그들 사이 무한공간에 가득한 햇살은 남자의 그을린 피부 같이 구릿빛입니다. 숨 막힐 듯 농밀한 햇살은 세상에서 가장 부드럽고 따뜻한 목화를 피워냈습니다. 커다란 손을 내밀 때마다  한 움큼  안기는 목화는 여름날 아이들이 쭉쭉 빠는 아이스크림  같습니다. 그림 속 사내는 파란 바지를 입고 모자를 눌러쓰고 무릎을 꿇고  목화를 따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키 낮은 꽃을 볼 때, 새끼 등물을 볼 때, 뜨거운 비닐하우스에서 딸기나 참외를 딸 때, 글자 한 자 모르는 이들도 저렇듯 무릎을 꿇고 다가갑니다. 옛날 부터 세상을 어지럽히는 자들은 모두 식자들이며, 그들의 말과 글이 세상을 오염시키고 아름다운 노동으로 먹고사는 사람들을 절망시킵니다. 목화를 따는 흑인의 저 손을 보십시오. 거룩하다는 것은 저런 것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짧은 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