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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뤼미나시옹 Feb 12. 2019

잠자는 집시

앙리 루소

   



사자가 잠자는 집시의  잠을 내려  보고 있습니다. 어떤 잠일까요. 만월의 밤은 대낮  같이 밝아서 집시의  연분홍 손톱 발톱까지 비쳐냅니다. 그의 잠은  유쾌합니다. 속된 말로 '쪼개'면서 자고 있습니다. 하얀 치아를 살짝  드러낸 것으로 보아 저 잠에는 재밌는 꿈이  진행 중입니다. 그는 '그리스인 조르바' 같이 죽음이 와도 긍정적이며, 세계 내적 삶을 도취와 춤과 노래로 가득 채웁니다. "인간의 영혼이란 기후, 침묵, 고요, 함께 있는 사람에 따라  눈부시게 달라질 수 있는 것이네"라고 조르바는 말했습니다. 동시에 이 말은  집시의 말이기도 합니다. 멀리서 사자가 사람의 냄새를 맡고 왔지만 사실 사자도 집시를 따라다니는 방랑객입니다. 집시의 삶은  주거  불분명의 노마드 입니다. 사자도  달도 집이 없습니다. 우리는 집에  집착하고 귀가를 종용하고 귀향을 바라고 이탈을 두려워하며 떠도는 자들의 그림자를 불손하게  봅니다. 집시의  잠은  달이 기울거나 사자의 따뜻한 혀가 얼굴을  핥으면 깰 것입니다. 언젠가 어느 길 모퉁이를 돌다가 사자를 곁에 두고 만돌린을 연주하는 그를 만나거든 항아리  가득 술이라도 채워  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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