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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뤼미나시옹 Feb 12. 2019

낚시꾼이 있는 풍경

프란츠 마케



  어느 강에든 꼭 이런 뒷모습을 한 남자가 있습니다. 비가  충분히 내렸고 남자는 맑은 강가에 사랑하는  똥강아지를 데리고 나왔네요. 강을 사이에 두고 성당과 낚시꾼이  마주하고 있습니다. 남자의 조용한 호흡은 마치 성당의 깊은 고요와 같습니다. 강변엔 야생화가  피었고 등을 보인 중년의  남자는 방금 입질한 낚싯대를  들어 올리려나 봅니다. 똥강아지가  궁금하다는  앞발 하나를 들었고 꼬리를 추켜 세웠네요. 강은 넉넉하고  빈 배가  하류를 따라갑니다. 성당은  복식호흡을 하듯 고요하고 남자는 세상의 회려함과  번잡스러움을 등지고 성당처럼 중후한 뒷모습으로 종일  물의 속도로  숨 쉬면서  고기압  전선의  구름을 보며 세월을 낚을  것입니다. 이 땅에도 어서 갇힌 강물들이 콘크리트 보에서 풀려나고  흐르는 강물 곁에 시람들이 영혼 치유하러 날이 오길 바랍니다. 
ㅡ프란츠 마케, 낚시꾼이  있는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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