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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뤼미나시옹 Feb 12. 2019

빌렘 데 쿠닝  : 무제

    



   색이 태어나고 색이 죽고 있는 풍경이다. 포도주이며 텃밭이고, 구월의 하루이며 우산을 든  외출이다. 어느  선술집 탁자에 들러붙은 땟국물이며, 한바탕 장맛비에 아스 팔트  고인 물에 비친 물 그림이다. 이것은 흙과 물의 만남이고 태양과 달의 교접이다. 여기 이 그림 앞에서 의미를 찾거나 진리를 구할  필요는  없다. 즉문즉설이란 이런 것이기도 하다. 나는 색을  듣는다. 피아니스트가 즉석에서 건반을 두드리는 연주와  같이, 놀이방 아이들의 무질서한 놀이와 같다. 어린애를 학대하는 이들은  어린애들이  창조하는  무질서를 저들이 만든 질서로 편입시키려는 자들이다. 그들은 그것이 올바르고 가치 있다고  외친다. 농부가 흙을 보고 식물을  상상하듯 도공이 불을   보고 도자기를  상상하듯 색이 내게 와서 나른 놀게 하고 색깔 앞에서 나는 캔버스가 되는 것이다. 내일은 내일의 이미지가 찾아오고, 내일의  불확정성이 내일의 아름다움이  되는 것이다. '혼돈'을  사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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