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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뤼미나시옹 Feb 12. 2019

시골 학교

윈슬로우 호머



이즈음  저  아이들 속에서 나도 한 꼽사리  끼고 싶습니다.  황토  묻은 맨발로  운동장에  놀다가  종소리에 불려 들어간 수업  선생님 얼굴과 마주치지 않는 뒤편에  앉아  책으로  얼굴을 가리고  조는 겁니다. 선생님이 오른쪽으로 살짝 고개 돌려 나지막한  목소리로 한 친구에  질문을  했고, 대답을 하고 있는 친구와  옆의  친구는 사뭇 진지한  표정입니다. 몇몇 친구들은 창쪽으로 몸을 돌려 선생님을  등졌고, 책에 얼굴은 묻은  저의 등 뒤에는 오후의 햇살의 나무  책상에 스몄습니다. 짜증 나게 한 꼬맹이가 졸고 있는  나를 울음으로 깨우네요. 옆에  또래 여자 아이가 살짝 흘겨봅니다. 공부도 싫고 엄마 얼굴이 보고  싶은 오줌싸개 녀석입니다.  교실 바닥엔 학교 뒤 동산에서 꺾은 꽃을 선생님 책상에 꽂아 둔 것을 누가 가지고 놀다 떨어트렸네요. 선생님은 그래도 아무 말씀이 없으셨습니다. 오늘 수업은 동화를 읽는 시간. 어린 왕자  이야기입니다. 난 자꾸만 졸립니다.  어쩌죠. 우리 교실은 오월 햇살 속을 둥싯 떠다니는  나무배입니다. 수업은 아직 한참 남았고 나의 춘곤증은 좀체 달아나지 않습니다. 잠이 너무 달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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