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그림읽기

그 해 봄

by 일뤼미나시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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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ce des Lices, St. Tropez  detail .Place des Lices, St. Tropez, 1893. Paul Signac. carnegi.jpg


그 해 봄 햇살은 내외에 가득했다. 나는 도보여행 중이었고 낯선 거리를 눈 앞에 두고 걸음을 멈추었다. 세계는 충분히 사랑할 만하다. 눈으로 귀로 폐부로 심장으로 가방과 고독으로 그리고 발바닥으로 사랑할 만하다. 나는 신발을 벗고 맨발을 했다. 낯설어서 사랑할 만하고, 때론 세계가 나를 밀어내어서 사랑할 만하다. 이것은 긍정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내 존재가 세계에 속하는 방식이다. 느닷없이 찾아오는 세계를 향한 무한애정은 순간 찾아와서 우리를 신성의 존재로 만든다. 그 해 봄 햇살 속에 나는 아직도 걷고 있고 세계와 나 사이에 나무들이 슬그머니 내어놓은 그림자처럼, 나는 있다가 없다가 또 있다. 내가 실존적 인간 존재가 되려면 세계와의 친밀성을 찾아야 한다.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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