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츠 마르크
그렇게 다시 세상에 존재하리라. 숲의 나무에 초록의 떡잎, 신생의 떡잎을 씹으면서 먼 산 먼 하늘을 바라보리라. 사람의 눈으로 볼 수 없는 신비한 나무와 숲의 정령들과 이야기하고 떡잎 한 장의 양식으로 조용하고 궁핍한 단식의 날들로 생을 채우리라. 날마다 맛이 다른 바람에게서 소금기와 이국의 꽃 그리고 전쟁의 화약 냄새를 맡으리라. 구부정 햇살의 방향으로 휜 나무들이 곤히 잠든 모습을 올려다보리라. 한 때 나는 그렇게 세상에 존재하리라. 별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글썽한 눈망울을 보여주고, 떡잎 한 장 씹으면서 허기진 몸을 보여주면서, 아무것도 바라지 않아도 몸은 몸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붉은 가을 햇살 고봉으로 쌓인 건초더미에 몸을 묻고 혼곤한 잠을 자면서 잠 숨소리 세상에 들려줄 것이다. 복식호흡의 나무들이 함께 숨 쉬는 동안 세상 사람들 중 곤한 잠에 빠졌다 이제 막 깬 사람들은 나와 함께 들숨날숨을 함께 한 사람들. 그들도 한 때 떡잎 한 장으로 하루치 생을 살아낸 사람들. ㅡ 숲의 사슴, 프란츠 마르크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