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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뤼미나시옹 Feb 12. 2019

Nighthawks


이렇게 밤을 지새운  이들은 이 아침에 어디로 갔을까. 밤을 지새우며 손님을 맞고 안주와 술을 내고 말벗이 되어주는 게 직업인 바텐더는 날이 개고 나서야 귀가한다. 하지만 지난밤에는 유난히 슬픈 등을 가진 남자가  창을 등지고  앉아 모자로  얼굴을 가리고 술 마시는 걸 보고  몇 마다 말을 건네다 그만 그와 어떤 동질감을 느끼고서, 나이를 묻고 고향을 묻고  문을 닫고 근처 술국 집에 자리를 옮겨 지금껏 소주병을 비우고 있을 것  같다. 그들은 지난밤 명예퇴직과 도시의 비열한 거리에 대해 이야기했고. 등을 보인 그는 안식구 몰래  사랑에  빠진 것에 대해 사랑의 끝에 대해 괴로워했다. 그러면서 맞은편 연인을 모자챙 밑으로 그들의 사랑 또한 하룻밤 시간을 못다 채워내는 이들의 고독과 소외감에 허우적거리는 것에 다름 아닌 것을 보고 마는 것이다. 붉은 옷의 연인은 푸른 셔츠의 말끔한 정장 차림의 남자 곁에 있지만  남자의 이야기를 집중하지 않고 어딘가 불안해하고 남자 또한 여러 번 걸려오는 전화를 자꾸만 무시하는 것인지, 바텐더는 이런 사람들을 너무 많이 너무나 많이 접했고 얘기를 나누었기에  그들에 대해 어떤  도덕적 판단도 하지 않으며  그 또한 이들과 별반 다르지  않음을 잘 알고 있는 것이다. 밤을 지새운 사람들은 어쩜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거나 여관에서 혼곤한 잠에 빠져 있을지 모른다. 저 환하지만 따뜻하지 않은 불빛의 도시는 숱한 사람들을 잠 못 들게 하고 불안과 고독에 젖게 한다. 왜? 도시는 화려하고 넘쳐나고 없는 것이 없는데 사람들은 소외되고 고독하고  위태로운 사랑을 갈구하고 그날이 그날 같은  날들의 연속을 해탈하듯 살아가는 걸까. 밤을 지새운  이들이여  그대들의 도시는 혼자가 되고 싶어도 왜 혼자 있게 놓아주지도 않는가.


Nighthawks

1942. Oil on canvas. 76,2 x 144 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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