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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뤼미나시옹 Feb 13. 2019

Petr Wittlich

Malíři české secese



한갓진 가을 산책을 조금 걸었다. 거기 당신과 꼭 어울리는 비탈이 있고 가을색이 있었다. 당신은 공기처럼 거기에 앉았다. 집에서 안고 나온 생각의 끝자락을 산책길의 중간에서 날려 보냈고, 지금은 담백하게 가을색으로  스스로를 정리했다. 몇 가지 사소한 고민이 있지만 당신은 가을 안에서 내면의 고민을 돈담무심으로 녹여냈다. 붉은  길은 스웨터를 짜는 털실  같고 퇴색한 비탈은 당신의 심리적 안정을 대신하고 있다. 그리고 당신의  오렌지빛 입술과 코  그리고 눈은 가을을 읽고 흡입하고 관조하고 있으며, 길게 다리를 뻗고 앉아 허리를 편 당신이 멀리 도시에서 왔거나 휴양지로 이곳을 방문했음을 알려준다. 어느 날 당신이 도시로 돌아가고 나면  퇴색한 비탈은 당신의 자리를 기억할 것이고, 키 낮은 꽃은 그사이 시들어 당신의 윤곽도 흐릿하게 될 것이다.  


Malíři české secese: (1888 -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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