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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뤼미나시옹 Feb 13. 2019

오베르의 집

고흐



오베르, 그곳이 어딘지  나는 모르네. 하지만 오베르로 가는 새들과 낙엽  그리고 바람의 조각을 나는  보았네. 오베르 그곳이 어딘지 나는 모르네, 하지만  벚꽃이, 새의 울음이, 나뭇잎의 가을이, 무지갯빛 날개의 새들이, 짙은 황톳길의 오베르, 꿈에 나타나 슬프게 꿈틀거리다 사라지는 오베르, 오늘 누군가 죽었다는 부고가 날아오고 내일  또 부고가 날아오고 다음 날에도 부고가 날아오는 늙은 오베르. 길과 빵과 나무와 연기가 한덩어리로 뭉쳐진 오베르. 그곳에서 오는 별의 진행과 그곳에서 오는 어느 가난한 화가의 발걸음 소리를 나 지금 환청하네. 오베르의 집에서 정신이 오락가락 하는 화가의 걸음 소리를 환청하네. 그는 무겁게 발을 끌고 간헐적으로 헛소리를 하고 중얼거림 속에 거친 물감의 질감과 생의 고통을 묻히고 있으니,  이 모든 것들은 오베르에서 온다. 소나기와 소나기 그친 다음의 여름 저녁빛도 내가 모르는 오베르에서 온다. 나는 낡은 신발을 끌고 저녁의 산책길에서, 우두망찰 무논의 왜가리처럼 오베르를 육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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