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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뤼미나시옹 Feb 15. 2019

나무 아래의 대화

제이콥 로렌스


A: 저기 나무 좀 보아

B: 시끄러워 듣기 싫어, 우린 여길 떠나야 해

c: 그런 말 하지 마. 떠나긴 어딜 떠난다 말이야.

A: 저 나무는 우리의 생과 무관하게 잘도 크네.

B: 이 자식아, 지금 나무 이야기할 때냐?

C: 내일은 공사장에라도 나가봐야 할 까 봐!

B: 듣기 싫어, 난 트럼펫을 불거야. 시내로 나갈 거야

A: 시원한 맥주나 한 잔 할까?

B: 이 자식아, 넌 먹고 싶은 마음이 생기냐. 우리 셋이 한꺼번에 직장에 쫓겨난 걸

    가족들이 모르고 있어. 

C : 자식들이 우리 꼴을 보면 뭐라 할까. 원망하는 눈빛이 두려워

A: 난 취해서 집어 들어갈 거야 

B: 야 임마. 피자나 치킨이라도 들고 들어가. 난 여기 더 있어야겠어. 사무엘 베게트의 

    '고도를 기다리며'라는 책이 생각나.

C: 읽었구나. 그 책, 우리가 딱 그 꼴이다 지금. 오지도 않을 고도!

A: 나무에게 희망의 원리를 배우고 싶어

B: 지랄하네. 하루 종일 나무 타령이야.

C: 나무 타령 그만 하고, 자네 신발이 너무 낡았다는 걸 알기나 해. 너무 해졌어.

A: 난 오늘 희망을 저 나무에게 걸어볼 거야. 이파리를 언제 매달지 기다려볼까 봐!

B: 고도를 기다리는 것보다는 낫겠다.

C: 우리는 대낮에 지금 너무 심각해. 난 배가 고파. 현실적인 인간이야.

A: 결국 또 현실적인 문제를 다루는 거야! 난 나무에 대해 더 생각할 걸 찾는 중인데.

B: 그건 니 방구석에 처박혀서 하고, 언제 여길 떠날 수 있을까, 이 빌어먹을 동네를... 고민 좀 해봐

c: 간단해. 범죄를 저지르면 떠날 수 있어.

A: 저 나무의 생을 어찌 우리 삶에 적용할지 그걸 감옥에 가서야 생각하게 되겠군...

B: 병신 같은 놈, 저 나무의 생은 니 생과 달라. 물 하고 햇빛만 있음 돼. 하지만 우리 더 많은 게 필요해.

C: 어디 가서 맥주 한 잔 해야겠다. 털고 일어나, 그리고 넌 신발 좀 갈아 신고.... 우린 이 동네를 벗어나야 해...

A: 신발 밑창을 갈아야 겠어...

B: 인생의 측면을 트럼펫으로 연주하고 싶어...네 낡은 신발 같은 인생의 측면.

C: 술에 취해 들어가면 아이들 눈에 실망감이 가득할 텐데.

A: 내일 눈 뜨면 어디로 가지

B: 나무 밑으로 와. 셋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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