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저기 저 멀리 밀어내고 바라보는 거
자기를 저 먼 바깥으로 밀쳐내고 기다리는 거
나를 이곳에서 멀어지게 하고 내가 거기로 다가가는 거
나를 거울 속에 녹여버리는 거
나를 희미하게 꿈꾸고 희미하게 입김 불어버리는 거
민들레의 시간처럼 하룻만에 폭싹 늙어버리는 나
나의 시간을 내가 지금 못 살아서 희미해지는 거
나를 기다리던 나에게 얼굴을 주는 거
아직도 기억할 수 없는 먼 사건의 나
아직도 기억에 사라지지 않는 먼 사건의 나
모두 하나의 얼굴이었지만 수많은 스냅 컷의 나
물 거울에 일렁이는 나를 태양 빛에 일그러진 나를
언제 다시 살아내나 나 아닌 나 밖의 나
다시 살았으니 또 살아야 하는 나
별과 해 꽃과 물결 가지와 이파리를 귀담아 들어서
눈여겨보아서 입술에 발음해 보아서
시가 되어버린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