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재즈피자

야생을 위하여

by 일뤼미나시옹

https://youtu.be/feQhOxERRYg


새끼 네 마리를 낳은 어미 고양이는 젖을 떼고 난 새끼들을 내 쳤다. 내 눈엔 여전히 어리디 어린 새끼지만 어미 고양이는 젖 달라고 보채는 새끼들에게 발톱이 돋은 앞발을 뻗치고 입에서 쇳소리를 내며 내친다. '이젠 너희들 알아서 살아라''는 뜻이다. 그렇게 열흘 남짓 사이 두 마리 고양이는 어디 갔는지 보이지 않고, 깡마르고 병색이 도는 어린 녀석과 겁이 너무 많아 나뭇잎 펄럭거리는 소리에도 깜짝깜짝 놀라는 새끼는 바깥세상에 적응할 용기가 없다. 하지만 어미 고양이는 어쩌다 한번 마당에나 어슬렁거리다 사라질 뿐이다. 두 마리 고양이에게 사료를 주고 물을 주고 산다래 넝쿨 아래 잠자는 새끼들을 지켜 본다. 이제 곧 무수한 나무 이파리 떨어뜨리는 가을바람, 겨울바람을 털이 보송보송한 새끼들에겐 처음 겪는 피부 같은 것일 테지만, 저 어미는 본성에 따라 이제 젖을 물려주는 어미이길 거부해버렸으니, 천지간에 그들 가족은 모두 어디로 다 뿔뿔이 흩어지고 바람처럼 삭풍의 생을 살게 되고, 퍼런 광기의 눈을 가지고 야생을 살아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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