푹 젖은 세상아
젖은 대로 슬프하고
젖은 대로 또 긍정의 침묵을 갖기를
얼굴을 가린 노인의 일생을 더듬어 보면
얼마나 많은 고통이 그의 생을 통과했는지 엿볼 수 있다.
하지만 고통에 대해 논하기만 한다면
생은 얼마나 가냘프고 보잘 것 없는지
한 사람의 생을 관통해가는
온갖 인연들 고통 괴로움 죽음 이별 탄생과 소멸
빛과 어둠의 시간. 전전긍긍 했던 날들
안절부절했던 날들
그 모든 것들 위에
기도 하는 일상이 또 있어야 하고
기도하는 건 자기를 낮추는 것이면서
세계를 긍정하는 일이기도 한 것.
잘 살아라. 세상아,
이 하루의 비에 젖음도
잘 살아라 세상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