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끝에우리 동네로 다시 돌아왔다. 25일만이다. 부탁받은 물건과 몇가지 선물을 담은 캐리어는 별도로 혼자 오늘중으로 인천 공항에 도착한다는 연락을 조금 전에 받았다. 캐리어 두 개중 가져간 옷이 들어 있는 캐리어는 같은 비행기를 타고 왔고, 크고 중요한 캐리어는 에어캐나다에서 함께 싣지 않았단다.
baggage 영수증을 확인한 아시아나 직원분이 그러신다. 그런다고 하는데 본인들은 에어캐나다를 그리 신뢰하지 않는다고. 스타얼라이언스팀간에 업무적 신뢰가 두텁지 않은 모양이다. 여기저기 찾아보니 나름 악명(?) 높은 항공사중 하나라는 에피소드들이 꽤나 보이긴 보였다.
하기야 여권 분실에 비하면 소재 파악이 되고 언제쯤 도착해서 집으로 아시아나에서 직접 딜리버리 해준다는 확인 전화가 조금 전 왔다는 사실이 또한 럭키한 거니까. 여타 이야기는 나중에 천천히 해봐야겠다. 어제는 밴쿠버에서 6시 반에 일어났다. 그리고 어제 저녁 9시 40분이 조금 넘어 잠들었다.
내일부터 우리반 고3 아이들 성적 분석, 대입 상담, 방과후 수업을 진행해야 한다. 그래서 시차 적응 완료 여부와 무관하게 광복절포함 일주일 풀로 출근 해야 한다. 그래서 출발전부터 밴쿠버에서 시애틀 비행, 환승 대기, 시애틀에서 인천 비행 동안 잠을 자지 않는 방안을 고려햘 수밖에 없었다.
결국 그 방안에 성공했고, 결과적으로는 어제 6시반에서 기상에서 에어캐나다 탑승까지 5시간, 밴쿠버-시애틀 비행 및 환승 3시간, 시애틀-인천 비행 11시간 등 모두 19시간. 그리고 공항에서 짐찾고 집으로 이동하는 2시간. 집에 와 짐정리후 저녁을 먹고, 아내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잠이 마구 쏟아질때까지 걸린 3시간.
총 24시간, 만 하루동안 깨어있는 상태였다. 몸이 퍼석퍼석하고 머리가 지끈거렸지만, 마음은 참 상쾌한 상태였다. 그렇게 무겁게 내려 눌리는 얇은 눈꺼풀은 아마 십대 이후 처음이지 싶을 정도였다. 그래서 그런가 오히려 아침에 번쩍 눈이 뜨인 7시 조금 점은 시각. 몸이 참 가볍다, 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집을 비운 그 사이 남매들 어릴적 살았던 도로 건너편 단지 공터. 아드님이 일곱, 여덟살때 야구를 했던 공터가 맨발로 걷는 황토길이 생겼단다. 그래서 아내와 함께 모닝 커피 한잔을 마신 후 맨발로 황토를 한참 밟았다. 이렇게 하는 시차 적응도 꽤나 괜찮다 싶었다.
그리고 방전된 자동차를 긴급 출동으로 시동을 걸어 두고 조금 전 올라와 아내표 짜글이 된장찌개에 흑미밥 한공기를 쓱쓱 비벼 먹었다. 완전 방전된 배터리를 더 살리려고 강제로(?)라도 드라이브를 아내와 다녀와야겠다. 26일만에 다시 쓰는 이 공간 뒤에서 아내가 외출준비하는 모습이 착착착착 경쾌하게 들린다. 촉촉한 손바닥으로 얼굴을 톡톡이는가 보다. 내 마음이 다 촉촉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