찍어 봐, 한번 더

[세상의 모든 물견] 9

by 정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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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이제 곧 떨어지겠어. 곧.

급한 출근길에 마음이 더 급해집니다.

그런 나를 가던 길 가에 멈춰서게 합니다, 언제부턴가.


내 뺨을 툭하고 바람이 스칩니다.

바람덕에 더 급해진 마음에 달덩이처럼 새하얀 버튼이 꿀럭거립니다.

얼른, 찰칵, 에이, 다시 찰칵, 어, 그래도 다시 한번 더 찰칵. 요래 요래 찰칵.


내 갤러리에는 그렇게 내 순간이, 네 계절이, 내가 다 들어있었네요.

내가 가득한 나의 갤러리를 매일 매일 들여다 봅니다, 언제부턴가.

눈이 시리고, 마음이 아리도록 좋고, 고맙웠고, 사랑스러웠고, 아름다웠던 그 순간을.


그렇게 그냥 보내고 보니, 무심하게 지나고 보니,

몸이 바쁠수록, 뱃속을 가득하게 채울수록 마음은 더 헛헛해질 수록,

가다 서서, 몇초, 몇십초 순간을 내 갤러리에 그려넣을 여유, 아니 기운을 내지 못했나 싶어요.


무엇보다 그렇게 그냥 스쳐지나 보니, 그 순간 나의 하루가, 생각이 흐려져요.

나중에 갤러리를 들여다 봐도, 그럴때가 있어요. 그런데 내 갤러리에 들어오지 못한 순간은...

기억이 또렷해야 추억으로 더 진해질 수 있을텐데, 왜 그랬나 몰라요.



어, 정말 떨어지겠어. 안돼. 잠깐만.

사물만 거울에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는 게 아냐.

순간 순간 가벼워지는 비결도, 유쾌해지는 마법도 정말 가까이에서 언제나 따라다녀...었었어.


멈춰, 찍어 봐, 또 찍어 봐. 한번 더, 찰칵, 찍어 봐.

그리고 입꼬리 씰룩 한번 더, 입 앞으로 쭈욱 오~~~~ 고개 들고 하늘보면서 아~~~~.

입속에 바람 가득 집어 넣고 볼 불룩하게~~~~ 어때, 짧은 가을이 방금 조금 더 짙어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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