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여행자] 22

by 정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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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길을 선택하려고 한 건 아닌데

걷다 보니 이 길이 내 길이 되어 가네


오늘도 나는 잘 걷고 있네, 아주 잘 걸어왔어

이렇게 그냥 이어지는 길을 따라 이어 걷는 거


이거 아니?

세상의 그 어떤 길이건 너보다 오래 살았다


그거 알지?

세상의 모든 길은 너보다 오래 남을 거다


길은 너보다 앞서 걸어간 이들을 다 지켜보고, 다 품어줬다

그들은 너보다 먼저, 너 다음에도 그 길로 들어선다


이게 길을 걸어야 하는 이유의 전부야.

그래야 길이 네가 누구인지 알려줄 테니까


그렇게 네가 앞서 걸어간 이 중 또 하나가 되어야

허겁지겁 뒤좇아 오는 이를 기다리고, 손 내밀어 품어 줄 수 있으니까


구름 위를 걷고 싶을 때가 있어

그런데 구름 위로 올라서는 계단은 항상 긴 길 끝에 있더라고


비어 있는 길을 가만히 들여다봐 봐, 가끔은

수많은 소리가 들려. 뒤섞인 냄새가 나. 그러면 막 더 살고 싶어 져, 계속 걷고 싶어 져


만 걸음보다 위대한 건 첫걸음이니까

나의 오늘은 항상 첫걸음부터이니까


걷다 보니 내 길이 된 이 길이

누군가에게는 정말 꼭 걷고 싶은 길일지도 모른다는 거 잊지 않기


이게 네 길을 잘 걸어야 하는 이유의 전부야

그래야 이 길에서도 너의 소리가 들릴 테니까, 너만의 냄새가 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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