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to
[다들 그렇게 살아요. 뻔한 이유로 행복하게] 10
['다들' 그렇게 살고 있는 '우리'는 바로 당신이고 나이다. 당신이 나이고 내가 당신인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 뻔한 이유로 뭉근한 행복을 바라는 당신의 가슴이 나의 등을 밀어주고 나의 가슴이 당신 눈이 되어 주면서.]
'첫사랑하고 사세요?'
요즘에는 눈치 없이 이렇게 묻는 이들이 거의 없지만 예전에는 흔히 받은 질문이다.
마치 '우리가 남이가'처럼 맥락 없이 무례한 이 질문을 받을 때마다 항상 이렇게 짧게 대답했다.
'친구하고 삽니다'.
드라마틱한 소재감은 못되지만 우회곡절(!) - 돌아 돌아 제자리에 - 을 겪으면서 친구로 만나 몇 해, 연인이 되어 다시 몇 해, 같이 산 지 스물네 해. 친구연인부부사람으로 지나면서 돌아보니 구비 구비마다 다 처음 배운 사랑이(였)다.
첫사랑은 한참을 지나쳐 와야 완성되는, 미래에서야 만날 수 있는 배움이다.
'사랑하고 사세요?'
세상덕에 말'하고' 살지 않으면 죽어도 모른다, 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스스로에게 자주 묻는 질문이다. 가까이에서 온몸으로 보여주고 계신 네 분의 부모님 덕이 더 크다. 당신들께도, 우리에게도 다행이다. 그 흐름에 살짝 올라 흔들리며 답한다.
'먼저 손을 내밀면 언제나 잡힙니다'
'로마스러운' 애정 표현은 물론이고 스킨십을 선호하지 않는 둘이다. 그래도 산책하면서, 여행하면서, 둘이 남게 되면서 손을 먼저 내밀어 잡는다. 그러면 내가 손을 놓을 때까지 잡혀 있다. 그 온기 속에서 처음으로 욕심이 났던 사람이고, 여전히 욕심이 나는 사람이면서도 다해주고 싶은 마음과 참을 수 있는 마음이 등가로 느껴진다.
사랑한다는 것은 언제나 곁에서 밋밋하지만 서로 익숙한 <한다>로 기며드는, 오늘만 만날 수 있는 재생의 기회이다.
'사랑하세요?'
친구에서 연인이 되면서 빈틈없이 사랑하다, 연인에서 부부가 되고는 너무 많은 틈만 내보여 주다, 지금은 슬쩍 틈을 메워주고 살짝 틈을 만들어 주(려)는 것을 느낄 때면 이렇게 대답한다.
'나보다 나를 더 깊게 아는 것 같습니다'
충무공의 난중일기를 같이 쓰는 한 사람, 안네의 일기를 같이 쓰는 한 사람, 연암의 열하일기를 같이 쓰고 있는 오직 한 사람. 때로는 서로를 잇고 있는 연(緣)줄이 거미줄 같다 느끼다가 문득 삼줄이지 하는 믿음이 불쑥 올라오는 그 사랑.
끝사랑은 낮은 온도에서 오랜동안 단단하거나 무르게, 환하거나 칙칙하게, 반듯하거나 삐뚤 하게 굳어진 상충의 벽돌들이 켜켜이 끈질긴 넝쿨에 둘러 쌓여 아담하고 고풍스러운 벽이 되어야만 하는, 과거에서 온 선물이다.
쉬운 사랑, 일방의 사랑, 흔한 사랑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서로 몸도 마음도 약해지면서 끝사랑에 가까워진다는 것은 마음에 만성이 된 쓴 약을 더 자주 먹이(여)는 것으로 매일 증명된다.
'퉁명스럽지만 니맘 다 알아. 이젠 괘아나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