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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3은 유세다

[고3의 기술] 04

by 정원에

보통의 경우, 아직 오지 않은 시간은 막연하게 생각합니다. 그러는 동안 경험 - 성공보다는 실패의 기억, 도전보다는 안주 -들이 켜켜이 쌓여 있어 지나간 시간에 머물려합니다. 자, 우리 지나 온 시간 말고 지금을 포함한 주어질 시간에 대해 생각해 볼까요?


이유는 간단해요. 고3은 열여덟 - 보통 고3이라고 하면 열아홉을 생각합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스무 살 성인이 된다고 보는 거죠. 그런데 실제는 지금 연도인 2025년에서 여러분이 태어난 연도인 2007년을 빼면 18살 - 이죠.


열여덟은 뒤돌아 서 있기에는 너무 아까운 나이예요. 이 말은 하루가 가장 바쁠 나이이면서 동시에 가장 여유로울 나이라는 의미가 다 포함되어 있거든요. 흑백 앨범 속 사진처럼 '얼음'하고 고정되어 있으면서 동시에 생명력 넘치는 활동 사진이어야 하거든요.



여러분은 앞으로 무조건 100살까지는 거뜬하게 살 거라고 합니다. 정작 여러분 스스로만 신경 쓰지 않을 뿐 수많은 연구 결과가 그렇게 장담하고 있지요. 긴가요? 아니면 혹시 짧게 느껴지나요? 그런데 길이와 관계없이 중요한 것은 '어떻게' 사는 거겠지요.


열여덟 먹은 사람은 인생 전체를 놓고 보면 어디쯤 와 있을까요? 백 년을 하루라고 가정해 볼게요. 1년은 하루의 1/100시간이 되니까, 18년은 18/100이죠. 시간으로 환산하면 18/100 시간은 1시간의 18%에 해당합니다.


1시간은 60분이므로, 1시간의 18%는 약 10.8분입니다. 결론적으로 백 년을 하루라고 가정했을 때 '열여덟'살은 약 오전 0시 10분 48초에 해당합니다. 아직, 하루를 막 시작하고 11분이 채 지나지 않은 때입니다.



열여덟! 여러분의 지금 나이를 지나 친 수많은 무명인들-길거리에서, 산책을 하다 스치는 동네 사람들, 공항 같은 터미널에서 여행을 떠나고 돌아오는 사람들, 엄마 친구, 아빠 직장 동료, 위층에 사시는 할머니 등-이 여러분을 보면서 뭐라고 부러워하는 줄 아시나요?



'이팔청춘', '청춘의 열기', '청춘의 한 페이지', '다시 돌아가고 싶은 시절', '꽃다운 나이', '풋풋한 시절', '영원한 젊음', '청소년', '틴에이저', '패기 넘치는 모습', '자유로운 영혼', '사랑보다 우정', '돌도 씹어 먹을 나이', '참 좋을 때야, 좋을 때', '인생의 황금기'....



그렇다면, 좀 더 삶을 섬세하게 들여다본 유명인들-철학자, 작가, 활동가 등-은 여러분의 나이를 가리켜 어떤 부러움에 빠져 있었을까요? 그들이 10대 시절의 모습을 깊이 관찰하고 남긴 삶의 지혜들은 어떤 게 있을까요?



'젊음은 인생의 봄이다. 봄에는 모든 것이 가능하다;_ 헬렌 켈러

'젊음이란 미래에 대한 희망이다'_빅토르 위고

'우리는 모두 서로 연결되어 있다'_마하트마 간디

'젊은 시절은 자신을 발견하는 여정이다'_윌리엄 셰익스피어

'사랑은 인생의 유일하고 진정한 모험이다'_톨스토이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나비'_장자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시대'_니체

'무의식을 탐구하는 시기'_칼 융




무명인, 유명인 할 것 없이 여러분을 보면서 - 지나 친 자신의 열여덟을 그리워하면서 - 던져주는 궁극적인 질문이 어떤 것인지 느껴지시나요? 적어도 단순히 부러워하는 것만은 아니라는 느낌이 일어나나요?


'나는 누구인가?,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 세상에 어떤 이로운 영향을 주는 사람이 될 것인가?, 행복한 삶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역량은 무엇인가?'


네. 그래요. 표면적으로는 '진로'에 대해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 것 같지만, 이들의 진심은 여러분의 나이가 바로 자기 성찰을 통한 성장통을 겪고 이겨내는 출발점이라고 강조하고 있는 겁니다.



'고3이 유세냐?'


선생님이 열여덟 때, 주변 어른들한테 참 많이 들었던 말이에요. '유세'는 '돌아다닐' 유(遊), '말로 달랠' 세()라는 의미입니다. 이곳저곳을 다니면서 말을 통해 상대방을 설득하는 거죠. 더 익숙한 표현으로는 캠페인(campaigning)입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자신의 비전 vision을 알려 지지를 호소하는' 활동, '자신을 과시'하는 태도를 의미합니다. 선거전에 훌륭한 정치인이 되겠다고 하는 후보들이 하는 선거 유세. 바로 그거죠.


비전 vision은 라틴어 비디오 video에서 유래했어요. 어디서 많이 들어 본 단어죠? 맞아요. 비디오를 '본다'할 때 쓰이는 의미랍니다. 그런데 그 어원의 깊은 곳에는 '우주관'이라는 개념이 내포되어 있어요.


지구인의 입장에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직접 경험해 보지 못한 우주에 대한 상상. 그게 우주관이죠. 흔히, 세계관이라고도 표현하죠. 어때요? 이 표현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뭐가 좀 느껴지나요? 선생님은 이 표현 속에 인생 전체가 다 포함되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삶이 그렇거든요. 자기가 가고 싶은 길, 하고 싶은 역할을 목표로 자신의 세계관을 형성하는 과정. 크고 작은 경험을 통해 자기 세계관을 수정하고 수립하는 과정. 그 과정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들을 간단하게 표현하면, '비전으로 자신과 타인을 설득'하는 것이죠.


어른이 되어 보니까, 교사가 되어 열여덟들을 자주 만나면서 느껴 보니까, 맞아요. 고3은 유세입니다. 고3, 열여덟을 좀 과시해도 될 만큼 소중하고, 위대한 나이인 겁니다. 그 나이 때가 다시 부러워져서 내뱉은 소리였던 겁니다.




'그래, 고3은, 열여덟은, 그것만으로도 유. 세. 다!!'


맞아요. 고3, 열여덟은 누구나 다 부러워하는 나이입니다. 이래도, 저래도 고3 때가 좋다, 는 걸 고3(만) 잘 못 느낍니다. 당연해요. 고3을 처음 해보니까요. 좋은 것은 고사하고 시험과 문제집에만 둘러싸여 있는 것처럼만 느껴지니까요.


사실, 어른들도 열여덟 때는 몰랐던 겁니다. 지나고 돌아보니까, 살아보니까 비로소 보이는 거죠. 먼저 실패해 봐서 잔소리 넘치는 게 어른입니다. 어른은 다 열여덟이었었으니까요! 곧 세번째 열여덟을 맞이하려고 보니 보이는 것 뿐이니까요. 그러니 얼른 눈치껏 실패를 줄이는 방법을 택해 보세요.



열여덟은 모두 '후보'들입니다. 끌리는 분야, 관심 있는 영역, 해보고 싶은 일, 살고 싶은 모습을 마음에 넣어 두고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후보들'에 해당하는 거죠. 그 역할을 해보고 싶다고 준비하는 사람들 말입니다.


그런데요. 제대로 '유세' 좀 떨려면 준비를 잘해야 하는 거잖아요. 혹시 그런 경험 있으세요? 무대에 올라 유세를 한다는 후보가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그래서 무슨 정책을 어떻게 펼치겠다는 건지, 어떻게 훌륭해진다는 것인지 도무지 못 알아들으면.


어때요? 절대 뽑히지 못하겠죠. 맞아요. 준비를 잘해야, '유세'도 잘할 수 있습니다. 인생을 사는 단순한 이치이지요. 그런 면에서 괜찮다는 겁니다. 열여덟 인 것만으로도. 시간 넉넉하다는 겁니다, 어른들의 눈으로 보면.



다시 한번 이야기할까요? 고3만 몰라요. 그 넉넉한 소중함을. 하지만,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은 이제 알게 된 겁니다. 여러분에게 주어진 하루 24시간의 인생에서 막 하루를 시작한 지 10분 48초밖에 지나지 않은 '후보자'들이라는 것을.


0시 10분 48초에서 약 '2시간'뒤쯤 여러분 생의 첫 번째 유세를 어디에서 어떤 모습으로 하고 싶은가요? 지금, 열여덟 때는 제대로 유세 떨 준비를 어떻게, 무엇을 해야 하는 걸까요?




[한 줄 실천]

유세를 떨고 싶은 리스트를 일기장에 적어 보세요. 옆에다 일시와 장소도 같이 적어 두면 오늘 해야 할 일이 생긴답니다.





[지담_글 발행 예정 요일]

토(외출전 발행) : 아빠의 편지

일(외출전 발행) : 아빠의 편지

월(출근전 발행) : 모괜당(모든 게 괜찮아질 당신)

(매월 마지막 주 일요일-월요일 새벽에는 브런치 성장 일지 [브런치 덕분에]를 발행합니다)

화(출근전 발행) : 모괜당(모든 게 괜찮아질 당신)

수(출근전 발행) : 모괜당(모든 게 괜찮아질 당신)

목(출근전 발행) : 고3의 기술

금(출근전 발행) : 고3의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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