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했고 잘하고 있고 잘 될 것이다

[ 문장보관소 ] 19

by 정원에

어디론가 떠나고만 싶은 바람 좋은 날에도, 우중충한 먹구름 아래에 짓눌린 듯 답답한 날에도,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 맥을 놓아버린 날에도 상관없이 가슴으로 읽히는 든든한 에세이를 알게 되었다.

독보적 에세이스트 정영욱 작가의『잘했고 잘하고 있고 잘될 것이다』이다.


이 책은 몇 주 전, 부크럼 출판사 마케팅 담당자로부터 콘텐츠 협업 제안을 통해 만나게 된 50만 부 기념 전면 개정판이다.


이 책은 제목이 다했다. 책 속에서 만나는 문장마다 안개가 일듯 책 제목이 계속 따라다닌다.


본문을 4개 파트로 나누는데 활용한 소제목이 책 제목과 마찬가지로 작가의 메시지를 리듬감에 실어 놓아 더욱 그렇다.


1부. 응원했고 응원하고 있고 응원할 것이다

2부. 함께했고 함께하고 있고 함께일 것이다

3부. 사랑했고 사랑하고 있고 사랑일 것이다

4부. 이겨냈고 이겨내고 있고 이겨낼 것이다


4개 파트의 소제목이다. 이 문장만 몇 번 따라 읽어도 위로가 된다. 이전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거지만 중요한 건 지금 응원하고 있고, 함께하고 있고, 사랑하고 있고, 이겨내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말자고 다독인다.


그리고 그 리듬을 따라 들어가면 마치 집을 떠난 지 오랜 자식에게 엄마가 보내는 응원 같은 글들이 넘쳐난다. 세대를 아우르는 작가만의 섬세한 온기가 느껴진다.


늦은 저녁. 평소처럼 터덜거리며 혼자 집에 돌아와 보니 사람 온기가 느껴지는 날 같다. 주방에서 쓰윽 나온 엄마가 식탁에 갓 지은 '밥'을 올려놓으며 '밥은 먹도 다니니?'라 물어 주는 것 같다.


그러면서도 작가는 무책임하지 않다. 자기애에 빠져 온 세상 사람들도 자신처럼 세상을 참을성을 가지고, 아름답게만 바라보라 몰아붙이지 않는다. 그냥 아무 '밥'이나 먹으라 하지 않는 엄마처럼.


프로젝트가 잘 마무리된 기분 좋은 날에는 고슬고슬하게 찰진 밥을, 신경 쓰이고 쉬고만 싶은 속이 불편한 날에는 푹 끓여 낸 미음을, 심심하게 지루하게 흘러가는 평범한 날에는 적당이 된 밥을, 마음이 퍼석해서 목 넘김 조차 힘든 날에는 질게 지은 밥을.


특별한 날, 근사한 한 끼가 생각날 때는 뜨끈한 돌솥밥을, 불현듯 고향이 그리워지는 날에는 양은 냄비밥을, 향긋한 내음을 느끼고 싶을 때는 고소한 버섯밥을, 한방에 확 기분 날리고 싶을 때는 매콤함 김치볶음밥을.


학교 급식을 먹던 날처럼 누군가가 막 그리워지는 날에는 전자레인지에 데운 즉석밥이라도 먹으라고, 그렇게 잘 챙겨 먹으라고 옆에 앉아 지켜봐 주는 것 같다.


세상엔 나 혼자 즐길 거리가 널리고 널렸다. 아직 다 즐겨 보지도 못한 걸로 세상은 넘쳐흐른다. 굳이 혼자가 됨을 자처하는 건 아니지만, 또 굳이 누군가와 함께하기 위해 목매달지 않아도 된다는 것. 성숙한 사랑은 홀로 있는 시간에 스스로 만족할 때 가능하고, 삶의 전반적인 만족은 나 스스로와의 놀이가 가능할 때 온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나 혼자서도 잘 살고 버틸 수 있게 됨으로써 많은 삶의 비법을 배워 가는 것이다.(주1)

_정영욱, 잘했고 잘하고 있고 잘 될 것이다, 2025 부크럼, p.150



정영욱 작가의『잘했고 잘하고 있고 잘될 것이다』은 '사랑'하고 싶은 사람 누구나 읽으면 좋겠다. 자신을 좀 더 깊게, 타인을 좀 더 현명하게, 우리를 조금 더 선명하게 그렇게 사랑하면서 살고 싶은 사람은.


읽다 보면 느낀다. 작가의 말처럼 지금, 이런 상황에 있는 나인데도, 누군가의 빛이자 누군가의 바다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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