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어른이란

[ 모든 게 괜찮아질 당신 ] 24

by 정원에

하루를 잘 보낸다는 말속에는 분명 꽤나 많은 규칙들이 포함되어 있다. 스스로 정한 것과 타인이나 시스템에 의해 정해진 것들이. 규칙적이라는 말을 달리 표현하면 '반복'이다.


규칙은 신호등 같다. 보행자도 운전자도 자기 갈 길을 위해 의지하게 되는 신호등. 하지만 우리는 언제나 스스로 먼저 변해 주기를 기다린다. 초록색만 기다린다. 모두 초록색만 염원한다.


도로에서 가끔 비보호 좌회전을 만난다. 어제도 몇 번을 만났는지 모른다. 여기서도 초록색에만 움직여야 한다. 앞에 오는 이들과 수신호와 눈짓을 주고받으면서, 천천히 그러나 단호하게.


하지만 우리 삶 속에서 만나는 사거리, 오거리에는 규칙적이고 선명한 초록색 신호등이 그리 많이 존재하지 않는다. 신호등에 의지하지 않은 채 상황을 스스로 완벽하게 판단해야 하는 지점, 시점들이 넘쳐난다.


그래서 다시, 생각해 본다. 보호해 주지 않는다, 는 말속에는 이제는 좀 더 어른스러워져야 해, 하는 차분한 당부가 포함되어 있는지도 모른다고. 그렇게 서로를 지켜내기 위해서라도.



솔직히 말하자면 차라리 운전대를 못 잡던 어릴 때가 더 좋았었던 것 같아

그땐 함께 온 세상을 거닐 친구가 있었으니

건반처럼 생긴 도로 위 수많은 조명들이 날 빠르게

번갈아 가며 비추고 있지만 난 아직 초짜란 말이야(주1)

주1 > 이무진 <신호등> 가사 중에서



배운 대로, 생각하는 대로 초록 불빛 앞에서 손을 번쩍 들고, 가슴을 쫙 펴고 당당하게 걸어나다던 때가 가끔은 그리워지는 또 다른 이유다. 어른이 되었지만 그렇게 다시 걷고 싶어 지는데, 꾹 참을 뿐이다.


"그러니까 아빠는 어른이잖아요."


이제야 비로소 '어른'이 되었다며 (잠깐) 좋아한 스무 살 하니가 여러 사태 때마다 내게 자주 했던 말이다. 맞다. (여전히) 하기 싫고, 귀찮고, 힘든 건 10대나 매한가지지만 그래도 어른은 어른이었다.


앞에서 밀려오는 타인들에게 먼저 가라 손짓하며 생각한다. 번아웃 되지 않게 일과 휴식을 적당히, 먹고 마시는 양을 적당히, 움직이는 양을 적당히, 말하기와 듣기를 적당히, 선택과 집중을 적당히, 낮과 밤을 적당히, 읽기와 쓰기를 적당히.


일상에서 달달한 것들을 찾아내해볼 수 있는 눈을 가진 그런 사람. 그 눈으로 어린 사람들에게 비보호 사거리, 오거리에서 자신과 타인을 함께 보호하는 연습을 함께 해 줄 수 있는 사람.


초록 불빛이 안 들어와도 아니, 신호등 자체가 없는 복잡한 거리에서도 제 갈길을, 제 속도대로 갈 수 있는 사람. 황색등이라고, 붉은색이라고 우기지 않는 사람. '고마워'라는 말보다 '미안해'라고 먼저 사과를 잘할 줄 아는 사람.


그런 사람으로 살아냈으면 좋겠다. 정의롭게 정의를 실천하는 방법중 가장 으뜸은 '상호 불가침'이라는 생각으로 마음에 늘 꽃을 품고 사는 사람으로.


세종대왕 탄신일에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좋은 어른이란 무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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