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리듬을 찾아서

[ 아빠의 유산 ] 27

by 정원에

사랑하는 아들, 딸


어제 너희가 보내준 영상을 몇 번이고 다시 봤어. 정말이지, 너희는 잘 놀 줄 아는구나. 햇살아래서 깨방정스럽게 웃고 뛰어다니는 모습이 얼마나 눈부시던지. 잔잔한 바다 위 윤슬 같은 그 반짝임이 고스란히 내 마음까지 번져왔단다.


아빠에게도 새로운 소식이 하나 있어, 이렇게 오랜만에 편지를 쓴다. 요즘 진행하고 있는 공동 출판 프로젝트 말이야. 어제 중간 점검 모임이 있었거든. 각자의 초고에 대한 총평을 위해.


'두 편의 글이 너무 비슷하다. 서론이 너무 길다. 단어는 다른데 다 같은 이야기다. '이렇게 저렇게 놀아라'처럼 설명하듯이 읽힌다. 글이 늘어진다.....'


결론적으로 지금껏 썼던 아빠몫의 글 두 편을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써야 할 것 같아. Retry!


그런데 말이야. 그 총평 중에 아빠 마음에 콕 박히는 말이 있었어. 물론 처음 듣는 표현은 아닌데 어제 따라 새삼스럽게 들린 말.


'내 글의 옥타브를 확실하게 잡기!'



그러고 보니, 글을 쓰면서 내 마음 안에서 어떤 톤이나 리듬이 흘러나오기를 기다리기보다는 머리로 끌어내려하고 있었던 것 같아.


놀이를 주제로 쓴 글인데, 정작 내가 진짜로 '잘 놀고 있는가?' 물으면 선뜻 '그럼!'하고 대답하긴 어려웠거든.


그러다 보니, 놀이를 직접 살아내기보단 '놀이란 이런 것이다'라는 설명서를 만들어 내려고 하고 있는 것 같네. 결국은 내 글에서 옥타브가 안 잡힌 이유는 '진짜 나'가 글 속에서 충분히 뛰놀지 못하기 때문이지.


너희들이 더 잘 알지만 음악에서 옥타브는 같은 음이 높낮이를 달리해 반복되는 구조잖니. 반복과 변화, 질서와 규칙. 그 안에 묘한 조화가 이루어내는 리듬감.



그 리드미컬한 반복과 변화의 경험을 통해 같은 음이지만 다른 높이를 가지는 나만의 옥타브로 표현해야 한다는 것을 간과했던 거였어. 내가 어떤 톤으로, 어떤 리듬으로 살아가고 있는가. 내 글은 지금, 어떤 고저의 옥타브를 가지고 있는가를.


그걸 인식하지 못한 채 그냥 '이야기'만 던져 놓고 있으니 내 글이 심심하게 들리는 것도 무리가 아니지.


아빠는 지금 다시 시작하려 해. 내가 잘 놀 줄 아는 사람인지, 내가 정말 나답게 쓰고 있는지, 다시 물으면서. 겉으로 '잘 놀고 있는 척'하지 않고, 지금 나의 진짜 모습이 어떤지를 솔직하게 들여다보면서.


그 속에서 자연스레 흘러나오는 나만의 옥타브를 따라가는 거야. 그리고 이건 글쓰기뿐만 아니라 우리 삶에도 꼭 필요한 일일 거야. 누군가의 옥타브에 맞추기보다 내가 어떤 음악을 하는지, 어떤 리듬감에 나도 모르게 반응하는지를 아는 것.


그게 결국, 지금 이 나이의 아빠가 찾아가야 할 '놀이'이고 내가 너희에게 보여주고 싶은 삶의 모양일지도 모르겠구나. 그러니까 말이야. 아빠는 이제부터 조금 더 유연하게, 급하지 않게, 더 즐기면서 글을 쓰고 살아보려 해.


잘 될 거야! 글을 쓴 덕분에 이런 것도 깨닫게 된 거니까, 말이야. 너희도 그곳에서 마음껏 뛰어놀아라. 그 웃음 속에서 삶의 진짜 리듬을 찾아보거라. 응원해 줘. 아빠도, 너희처럼 잘 놀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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