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9일의 도시락 여정

[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식 ] 08

by 정원에

2024년 1월 1일부터 21대 대선 전날일이었던 그제, 2025년 6월 2일까지 17개월, 519일이라는 시간 동안 점심은 직접 준비한 도시락과 함께했다.


519일 동안 점심 도시락으로 약 35kg의 밥을 먹었다. 200g 한 공기로 계산하면 총 175 공기 분량이다. 그중 잡곡밥은 47 공기, 흰밥은 38 공기로, 아침보다 밥을 적게 먹었다. 점심 도시락을 간편식으로 챙겨 다닌 시기가 길기 때문이다.


주요 밥 종류로는 볶음밥 19 공기, 비빔밥 6 공기, 현미 누룽지 26 공기, 다양한 김밥 22줄, 오므라이스 4 공기, 떡국 5그릇, 고추잡채밥 5 공기, 들깨옹심이 2그릇이다. 여기에 녹두죽, 렌틸콩죽, 호박죽, 묵밥 등도 포함되고, 조미김 25개를 곁들였다.


같은 기간 동안 소고기미역국 10그릇, 된장찌개 8그릇, 육개장 6그릇, 들깨미역국 6그릇, 김치찌개 4그릇 등 총 38그릇의 국을 먹었다. 이는 아침으로 먹은 양의 절반 정도이다.


밥과 국에 곁들인 반찬류 역시 아침에 비해 간결했다. 사무실에서 도시락을 먹기에 음식 냄새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멸치볶음, 콩자반, 고사리나물, 호박나물, 취나물, 매콤감자볶음, 마늘쫑무침, 오이지무침, 총각김치, 배추김치, 토마토김치, 열무김치, 무생채, 콩나물무침, 시금치나물, 눈개승마 장아찌 등을 소량으로 먹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평일 점심 도시락의 주 메뉴는 닭가슴살, 양배추, 두부면, 계란, 견과류였다.


519일 동안 총 6900g의 닭가슴살이 주식이었다. 여기에 올리브에 살짝 볶은 양배추(총 6900g)와 생양배추(총 8300g)을 번갈아 먹었다.


삶은 계란 196개, 계란흰자프라이 14개, 구운 계란 1개, 계란말이 6 접시도 포함된다.


점심에 도시락을 먹기 시작한 건 실제로는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되기 전인 2017년 봄부터였다. 이유는 잡곡밥을 먹기 위해서, 전체 식사량을 줄이기 위해서, 나만의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흰밥 위주의 식사를 너무 많이 먹고 아주 빨리 먹었기 때문이다. 몸에 특별한 이상은 없었지만 어느 날 갑자기 그렇게 하고 싶었다.


특히, 점심 시간에도 허겁지겁하는 라이프 스타일에 '쉼표'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특히, 519일간의 도시락 일기는 단순히 먹은 것을 기록한 것이 아니다.


코로나가 막 끝나갈 무렵, 20년을 넘게 생활한 익숙한 곳을 떠나 지금의 곳으로 전근을 왔다.


빠른 적응을 위해 다시 도시락을 가지고 다니지 않을까 싶었지만 계속 도시락을 유지해야 했다. 정신적인 휴식과 실제적인 소식으로 몸만큼 정신적인 쉼을 놓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지난 몇년간에는 더욱이 기록을 통해 매일의 작고 소소한 선택들이 모여 얼마나 풍성하고 다채로운 삶을 만들어 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자신을 위해 정성껏 도시락을 준비하고, 그 안에서 건강과 소소한 즐거움을 찾는 시간은 분명 그 자체로 내 삶에서 깊은 의미를 지닌다.


이 도시락 일기를 통해 나는 매 순간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 그리고 스스로를 보살피는 행위가 곧 삶의 질을 높이는 가장 확실한 길임을 매번 깨닫는다.


식단 하나하나에 담긴 습관과 노력이 결국은 건강한 루틴을 만들고, 더 나아가 삶의 균형을 아름답게 유지하는 데 얼마나 큰 기여를 하는지 매일 느끼게 된다.


https://blog.naver.com/ji_dam_


4라이팅 레시피(5).png


keyword
작가의 이전글위대한 철학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