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부 전화 거는 날

[ 아주 보통의 하루 ] 05

by 정원에


"어, 아들. 잘 잤어. 출근하는 거야? 어멈은 내렸고?"


"푹 잤지요. 우리 아범 덕분에. 출근하는 거야? 아침밥은 먹었고?"



신나게 흘러나오던 아침 라디오 음악을 잠시 멈춘 채 엄마와 어머니의 목소리로 차 안을 가득 채운다. 차례대로 우렁차게 울려 퍼지는 사랑스러운 목소리를.



그렇게 나는 월요일 출근길 차 안에서 블루투스 기능으로 엄마와 어머니한테 차례대로 전화를 건다. 일부러 통화 볼륨을 한 칸씩 한 칸씩 올려 보면서.


그러면 귀에 들리던 엄마와 어머니의 목소리가 심장에 와 콕 박히는 게 참 좋다. 얼마나 오래전부터 그랬는지는 잘 모르겠다.


내가 아내에게 (가끔) 전해듣듯 두 아버지들은 엄마와 어머니한테 '전화 왔었다고?' 하면서 전해 들으시는 듯하다. 어느 날은 일부러 아버지들한테 걸기도 한다.


어느 날 월요일 아침. 가라앉은 내 마음 위에 엄마의 손길이, 어머니의 감사가 내려앉아 쓰다듬어 주셨으면 하는 바람으로, 순전히 내 마음 편하자고 그렇게 시작되었다.


고백하건대, 분명 처음의 시작은 부모의 안부가 숙제였던 게 분명하다. 전화를 걸기 전에 이 생각, 저 고민 먼저 했고 전화를 내 마음이 내킬 때만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마음이 옅어진 게 분명하다. 아무 생각 없이. 내비게이션 최근 통화기록에는 한두 화면 안에 꼭 엄마와 어머니가 위아래로 나란하다.


내 마음의 차이를 가만히 들여다보니, 그저 습관처럼 한 거였다. 일정한 시간에 반복적으로. 그러니 이제는 기다리시는 목소리다.


두 분 다 전화를 받으시면 '여보세요'라고 부르는 대신 '아들, 아범' 또는 먼저 '굿모닝'을 외치시는 것을 보면.


그렇게 숙제가 아닌 버릇처럼 통화를 하고 나면 무엇보다 내 마음이 너무 가볍다. 카랑카랑한 목소리의 날도, 기운이 없으신 목소리가 들리는 날도.



"이번 한 주도 조심해야 잘 다녀와. 전화 고마워"


"우리 아범. 이번 주도 애기들 하고 잘 지내고. 전화 줘서 고마워"



그게 뭐라고 두 엄마(늘 옆에 계신 두 아버지) 모두 짧은 몇 분의 통화 덕분에 일주일을 동안 훨씬 덜 아프신 것 같다. 혹시 아프시고 병원에 다니시는 와중에도 '금방 낫는다'라고 에둘러 표현하신다.


나도 마찬가지다. 아니, 내가 더 그렇다. 일주일 내내 내게 주어진 역할에 윤활유가 듬뿍 뿌려진 듯 부드러워진다.


내 마음에 커다란 여유의 창이 자주 열린다. 연이은 두 통의 전화를 끊고 나면 매번 가슴이 몽글거리면서 혼자 다시 한번 되뇌게 된다.



'네. 이번 주도 굿모닝입니다. 오늘 또 감사합니다.'



얼마 전. 나도 잊고 있던 내 생일날. 스물셋 아들이 영상 통화를 해왔다. 기특하면서도 일 년 전 이야기를 잊지 않고 다시 전해줘서 인간적으로 너무 감사했다.


안부安否. 평안하게 잘 지내고 있는지 그렇지 않은지에 대해 궁금해한다는 것.


그것은 서로의 지나 온 시간과 지나갈 시간을 연결하는 시간의 다리위에 함께 서고 싶다는 의미다.


그 다리 위에 동시에 서 있을 수 있는 시간을 함께 즐기자는, 그 시간을 서로 밀도 있게 쓰자는 약속이다.


나의 출발과 끝을 이어주는 영혼의 연대감을 위한 스킨십이다.


그 약속을 지키려고, 그 다리 위를 지키려고, 나의 영혼이 늘 살아있게 하려고 오늘도 전화기를 든다. 들 수 있어 참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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