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허함에 대한 성찰

[ 새벽독서;나를 춤추게 하는 문장들 ] 03

by 정원에

자, 그러면, 온 존재는 길의 어떤 방향으로도 한정되어 있지 않다. 만일 그랬다면 맨 가장자리를 갖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그 어떤 것도 가장자리를 가질 수 없음이 분명하다.

_사물의 본성에 관하여, 루크레티우스, 2012, 아카넷, p.95



인간은 중심과 주변, 가장자리 간의 상대적 위치에 놓인 인위적 공간에서 존재한다.



그 공간에서 스스로 한계를 짓고 산다. 물리적 한계는 물론 정신 작용의 한계가 주어져야 안정감을 잃지 않는다.



그러나 실제 우리를 둘러싼 우주와 공간에는 한계가 없고, 무한하니 경계가 없다. 그러니 가장자리란 존재하지 않는다.



가장자리가 없다는 것은 곧 시작과 끝, 한계가 없다는 의미이다. 존재 자체가 무한하고 모든 것을 포괄하기 때문이다.



존재는 특정한 방향이나 경로로 국한되지 않는다. 어디로든, 어떻게든 열려 있으며 고정되지 않는다.



무한한 공간에서 유한한 인간의 존재 방식이, 아웃사이더여도 인사이더라도 본질적으로 공허할 수밖에 없다. 그 상태조차 스스로 정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공허함은 이겨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영원의 파트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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