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은 특별한 일이 없다면 올리브유에 살짝 볶은 양배추와 방울토마토에 삶은 닭가슴살 곁들여 먹는다.
평일, 출근할 때마다 챙겨 다니는 도시락을 맛있게 먹다 말고 뜬금없이 생각이 피어올랐다.
'나는 지금 배가 고파서 이 도시락을 먹기 시작했던가?'
그러고 보니, 질문이 일었던 그날도, 더 많은 날도 '아니다'라고 대답할 수 있는 날이 꽤나 있(었)다.
이 말은 정말 허기를 느끼는데, 마침 '때'가 되어서 한 끼를 해결하는 경우가 의외로 적다는 의미다. 또 이 말은 먹지 않아도 되는데, 먹는 '때'도 꽤나 많다는 의미이다.
여기서 포인트는 '배가 안 고픈데도 습관처럼 먹는 것'이 아니라, '배가 고프지 않은' 이유이다. 그리고 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본다.
어릴 때부터 수없이 들었던 말 중에 하나가 '꼭꼭 오래' 씹어 먹어라였다. 그런데 사실, 요즘은 꼭 그렇게 할 필요가 없는 음식들이 넘쳐난다.
오븐, 에어프라이어, 전자레인지 등 성능 좋은 조리 기구도 한 몫하지만 그보다 대부분의 음식에 지방, 설탕이 많이 들어가 있어 사정없이 부드럽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정말 배가 고팠을 때, 제대로 허기를 느꼈을 때는 느끼지 못할 정도로 많이 먹게 된다. 계속 먹게 된다.
달고, 짜고, 기름져 더욱 맛있고 부드러운 음식 위주의 식단이기 때문에, 식이섬유가 적으니 포만감을 상대적으로 덜 느끼면서 자신의 양보다 많이 먹게 된다.
그러니 당연히 일정한 시간이 지나도 소화가 빨리, 제대로 되지 않는 상황이 반복되는 거다. 그러니 허기를 느끼지 못한 상황에서 또 집어넣는다. 악순환의 반복이다.
인류의 여행 역사를 이야기할 때의 출발점은 보통 '가스트로노미'이다.
본래 로마 시대 때 각 지역의 맛있는 음식과 포도주를 즐기면서 다니는 '미식' 여행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 말은 고대 그리스어로 위(胃)를 의미하는 'gastro'와 규범을 뜻하는 'nomos'를 합친 말이다.
'미식'을 의미하는 말속에는 '위의 규범'이란 뉘앙스가 담겨 있다는 것을 다시, 곱씹어 봐야 할 때란 생각이 든다.
음식도 세상사와 매한가지다. 성장을 위해서는 듣고 싶은 이야기보다 들어야 할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듯이, 건강한 삶을 위해서는 먹고 싶은 것보다 먹어야 할 것을 먹는 태도의 회복이 우선이다.
이제 다시, 탐식 노동에서 벗어나 '미식' 여행을 하루빨리 시작해야 할 때다. '미식'의 본질은 비싸고, 희귀한 음식을 먹는 게 아니다.
기본적으로 오감을 활용하여 자신이 먹어야 할 음식을 가려, 조금씩 음미하는 식사이다. 음식을 먹는 그 순간도 소중한 여정으로 보는 태도와 정신의 반영이다.
먹는 대로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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