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닌 지 몇 해가 넘었습니다. 처음에는 밥, 찬 중심의 도시락이었습니다. 일요일 저녁에 밥을 해서, 전자레인지용 유리그릇에 5개를 소분한 후, 냉동합니다. 찬은 밑반찬 몇 가지 준비를 합니다. 그렇게 월요일부터 하나씩 곶감 빼먹듯이 먹습니다. 밥은 주로 동료들이 식당으로 식사하러 나간 공강 시간에 사무실에서 먹습니다. 음악도 틀어 놓고, 창문도 열어 놓고.
어디 몸이 좋지 않아서이거나, 아주 아주 건강식을 챙겨 와서 먹는 그런 도시락이 아닙니다. 단지, 먹는 양을 조금 줄이고, 앞 식사와의 적절한 간격 유지를 통해 몸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하기 위한 스스로의 결정이었습니다. 점심 도시락을 시작할 때 딱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이라면 동료들과 식사 수다를 할 수 없다는 거였지요. 하지만 다들 아시듯이 몇 년간은 마스크 덕분(?)에 수다 자체가 원천 봉쇄되었으니 조금은 다행이었는 것 같습니다.
몇 해 전부터는 삶은(또는 구운) 계란 1개, 찐 고구마 1-2개, 우유 한잔으로 점심 한 끼를 해결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바꾼 이유는 간단합니다. 우선, 식당밥을 먹으니 너무 고칼로리라 힘이 듭니다. 매일 1-2가지씩 나오는 고기에 다양한 소스가 버무려진 메뉴들. 학생들에게 맞춘 칼로리를 먹어야 합니다. 그러다 보니, 보통 서너 시간 뒤에 먹어야 할 저녁밥이 당기질 않기 시작했습니다. 말 그대로 '먹어야 할' 때가 되어서 먹기 되더군요. 몸은 원하지를 않는 데, 억지로 집어넣으면 여기서 몸에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건강할 때는 괜찮지만, 컨디션이 다운되게 되면, 한 끼를 해결하는 '타이밍'에 정체 현상이 생깁니다. 한참을 안 먹다가 몰아서, 이어서 먹게 되는 겁니다. 한번 그렇게 막히게 되면, 몰리게 되면 좀처럼 컨디션을 회복하는 게 쉽지 않습니다. 저의 경우에는 나의 컨디션과 관계없이 돌아오는 점심 한 끼가 특히 그랬습니다. 거의 만성질환 수준으로.
끼니 해결 타이밍이 우선은 변비와 설사가 자주 반복됩니다. 따뜻하고 매운 걸 먹으면 변비가 심해집니다. 차갑고 매운 걸 먹으면 설사를 합니다. 커피를 마셔도, 우유를 마셔도 조금 지나서 화장실을 다녀와야 편안합니다. 그래서 운전할 때는 이 둘을 멀리해야 합니다. 그리고 평소에는 잠을 많이 자도 피곤하고 얼굴이 항상 푸석합니다. 트림, 방귀에서 역한 냄새가 심할 때가 있습니다. 이럴 때 병원에 가면 역류성 식도염이라 하고 과민성 대장증후군이라고 합니다. 가끔은 항문외과에 가서 찢어진 부위의 출혈 때문에 치료를 받아야 했습니다. 그때 처방받았던 연고가 지금도 집에 1-2개 눈에 띕니다.
그래서 원칙은 배가 고프다는 신호가 있어야 먹을 타이밍이다, 라는 자기 신호를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는 데 있습니다. 점심을, 그렇게 간단하게 싸가지고 다니면서 간단하게 먹고, 햇살을 쬐는 상태를 반복하다 보니, 자연스레 그 '타이밍'이 잘 찾아오는, 몸이 만들어지더군요. 몇 년 사이에. 그러는 동안, 오히려 체중은 2-3kg가 늘었습니다. 산책을 하고, 스트레칭 수준의 근력 운동이라도 매일 조금씩 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그럼, 끼니를 접하는 자연스러운 '타이밍'이 만들어진 과정, 루틴을 잠깐 정리해 볼까 합니다.
첫 번째, 아침에 일어나면 공복에 물을 한 컵 마십니다. 그런데 여기서 조금 더 신경 쓰면 좋은 게 두 가지입니다. 가장 좋은 건 따뜻한 물을 마시는 겁니다. 그래서 저는 포트에 물을 끓여서 차가운 물에 섞어서 마십니다. 그리고 또 하나는 따뜻한 물이 힘들면 적어도 냉수가 아닌 물을 마셔야 합니다. 어릴 때부터 어머니가 하셨던 말씀, 내 몸이 신호를 보내면서 복기하게 되었네요. ' 오뉴월에도 따뜻한 물을 마시면 몸에 병이 안 생겨!'. 그런데 마시다 보면, 입맛, 아니 물맛이 없어서 마시는 척(?)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꼭, 머그잔 한 컵 정도의 양을 다 마셔야 합니다. 어느 정도 기간 마시다 보면, 물을 식도를 지나 위에 들어가는 편안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출근을 해서는 바로 커피를 마시지 않습니다. 커피는 갈증을 유발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위에 음식물이 있을 때는 소화를 방해하기도 합니다. 대신, 아내가 구입해 준 500mm tea 텀블러에 보이차를 한잔 가득 내려 마십니다. 업무 중에 나누어 마시다 보면, 금방 오전 10시, 11시가 넘습니다. 차를 다 마시면 그 텀블러에 다시 차양만큼 정수물을 받아 여러 번에 걸쳐 마십니다. 이게 오전에 마시는 양입니다.
세 번째, 아침 끼니입니다. 저는 먹을 때와, 안 먹을 때가 오락가락했습니다. 대학생 때부터 결혼 전까지 자취를 한 게 큰 영향을 미쳤을 것 같습니다. 먹을 때는 주로 밥보다는 빵류였고, 자주 시리얼을 먹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 지금은, 주로 단백질(살코기), 탄수화물(밥), 야채를 섞어 먹습니다. 볶음 또는 비빔식으로. 탄수화물량은 서너 숟가락 정도로 작게. 사진은 오늘 아침입니다. 지방을 제거한 오리 고기 - 대형마트에 가면 몇백 그램 몇 개에 할인해서 구입할 수 있는 제품이 많더군요 - 를 야채와 밥을 넣고 약한 불에 살짝 볶았습니다. 출근 준비를 하고, 밥을 볶기 위해 30분 일찍 일어나는 투자를 하고 있지요.
네 번째, 점심 끼니는 위에서 이야기했던 삶은 계란 1개, 고구마 1-2개(또는 떡 1-2개), 우유 한잔을 되도록 12시 이전에 먹습니다. 아주 간편식이기 때문에 10여분 정도면 됩니다. 그렇게 하고, 건물 밖으로 나가 조금 단 5분, 10분이라도 산책을 하다 다시 들어옵니다. 비가 심하게 내리지 않은 날에도 걷기 좋습니다. 아주 천천히, 천천히. 그렇게 걷고 나서 사무실에서 동료들과 커피를 함께 한잔 내려 마십니다. 이때 먹는 커피는 그렇게 양도, 맛도, 기분도 좋을 수 없습니다.
다섯 번째, 출근해서는 항상 tea 텀블러를 들고 다닙니다. 그래야 비어있는지 확인할 수 있고, 무의식적으로 물을 마실 수 있습니다. 텀블러 하나씩 챙겨보세요. 업무를 보고, 수업을 하고, 아이들과 상담을 하는 동안에도 내 양쪽 눈 시야 안쪽에 언제나 텀블러가 위치합니다. 가끔은 교실에, 다른 사무실에 텀블러를 버리고 오기도 하지만, 이름을 크게 써 붙여 두니, 누군가의 도움으로, 아이들의 도움으로 제자리로 잘 돌아오긴 합니다. 텀블러를 들고, 오후에는 - 올해는 월요일, 화요일 오후 - 30분은 넉넉히 산책을 할 수 있습니다. 정해진 일에 갑자기 생기는 일, 회의, 대강 수업 등으로 방해를 받기도 하지만, 일정한 루틴을 만들어 놓으면 그런 날보다 루틴대로 할 수 있는 날이 비율적으로 훨씬 더 많더군요.
퇴근할 무렵이 되면, 집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아 배고프다'는 기분 좋은 생각이 듭니다. 신호가 옵니다. 그러면 아내와 딸과 통화를 하면서 달립니다. '오늘은 뭐 먹지?'하고. 이 루틴 덕분에 매일 저녁이 만찬입니다. 치팅데이입니다. 물론, 양 조절에 성공해야 하지만.
여섯 번째, 10대 딸 덕분이기도 하지만, 특히 금요일 저녁에는 잘 지켜지지 않지만, 다른 요일에는 9시가 넘어서 음식을 먹지 않습니다. 먹어도 마른안주류에 해당하는 정도만 먹으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아내도 나와 같이 저녁에는 먹는 양이 적어지게 됩니다. 그러면 다시 첫 번째, 아침 따뜻한 물 마실대로 건강하게 이어집니다. 늦게 먹으면, 소화시키느라 잠을 설치고, 자도 자도 피곤하고, 아침 건너뛰고.... 하는 식의 루틴이 재반복되기 쉬우니까요.
그랬던 몇 년 덕분인가 봅니다. 주치의가 당뇨 수치가 기준에 딱 걸렸다고 운동을 더 하라고 하면서도, 검진받는 사오십대 남성중에 이렇게 위가 깨끗한 사람은 찾아보기 어렵다면서 부럽다고 하더군요. 물론 과신은 금물이지만, 지금 말씀드린 루틴은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적게 먹고 많이 움직이는'게 삶의 질을 높이는데 가장 중요한 거라는 사실을 요즘, 가벼운 몸을 보면서, 아침에 가뿐하게 일어나지는 모습을 보면서, 씻으려고 쳐다보는 내 낯빛을 보면서 다시 한번 다짐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