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오전 10시 17분. 아침도 점심도 아니다. 잠과 쉼과 일의 그 중간쯤에 놓인 출렁다리 같은 시각이다.
뒤로 돌아갈지 앞으로 나아갈지를 오로지 내가 결정하는, 참 좋은 시각이다.
내가 가진 시간 중에 가장 나를 위해 써도, 오로지 나에게만 집중하기에 참 아름다운 시각이다. 그 시각만큼 처져 있는 나의 오감을 흔드는 때도 없다.
여기저기 둘셋 마주한 사람들이 찻잔을 달그락 거린다. 그렁한 음성 사이로 자동차 엔진들이 서로를 다그치듯 굉음을 내며 달린다. 그 소리 위에 앉아 리듬을 타듯 새가 노래를 부른다.
유리창 너머 들어오는 햇살이 거실 바닥에 튕겨 나를 휘감아 준다. 금방 말린 까실한 홑이불을 어깨부터 늘어뜨려 온몸을 덮은 것 같다.
여기까지. 하얀 화면에서 홀로 깜빡이는 커서를 따라 검은색 텍스트를 쓰다 멈춘 지 한참이 지났다.
별다방에서 커피를 몇 모금 마시면서 책을 읽고 있는데 늦잠과 브런치를 둘 다 즐기던 열아홉 따님이 사진 한 장을 보내왔다. 제주무로 소고기 큐브를 싼 오마카세, 란다. 요리하는 것도 좋아하는데 늘 맛있기까지 한 아내의 작품이었다.
집에서 (후다닥 만들었는데) 요리가 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흔하지 않은) 남편이라는 아내의 말에 일언반구 없이 대찬성 중인 게 스물네 번째 해이다.
그런데 그동안 아침, 점심, 저녁을 기록한 게 다음 달 중순이면 고작 일 년밖에 되지 않았다. 기록을 하면서도 좀 더 일찍부터 기록할 걸 하는 마음에 너무 아쉽고, 속상하기까지 한 이유다.
그런데 아침은 어떤 것을 먹고, 점심은 어떻게 먹고, 저녁은 무엇을 먹고.... 를 간단하게 기록하다 보니, 먹는다는 것에 대한 기록의 본질은 무엇일까 하는 질문이 스스로 일었다.
그러다 깨닫게 된다. 우리가 보내는 많은 시간들 속에서 먹는다는 것만큼 선명하게 ‘누가,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그리고 왜’를 반복해서 시시각각 묻는 대상이 또 있을까 하고 말이다.
그렇게 일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아침, 점심, 저녁을 찍고 기록하다 보니 먹는다는 건 '무엇'보다는 '어디에서 누구와'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써놓고 보면, 읽다 보면 당연하게 생각되지만 먹는 행위를 하는 당시에는 촘촘하게 생각하지 못하는 지점이다. 익숙한 게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해 버리기 때문이었나 보다.
우리는 몸과 마음이 건강할 때는 물론 그렇지 않은 날도 먹어야 한다. 떨어진 체력을 올리기 위해, 올라간 체력을 유지하기 위해, 바닥을 치는 마음을 끌어올리기 위해, 방방 뜨는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 하지만 대부분은 먹는다는 행위에 그다지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먹게 된다. 먹어야 하니까 먹는 끼니도 얼마나 될까.
자그마한 혓바늘이 몇 개만 생겨도 제때, 제대로 먹지를 못한다. 왔다 갔다 뛰어다니다 때를 놓치기 일쑤이다. 링거를 세 개나 달고 며칠을 못 먹던 때가 떠오른다.
그러니 더욱 먹는다는 행위가 자세히 들여다 보인다. 분명 살기 ‘위해’ 먹는 것일 텐데 한 인생 대부분의 시간 동안에는 살아 ‘있기’ 때문에 먹는 게 아닐까.
먹어서 살지만 살기에 먹는 거다. 살이 되고 피가 되어 마음이 일고, 정신이 돌고, 영혼이 춤을 출 수 있는 거다.
대충 살고 싶지 않으면서 대충 먹는 건 말로만 내가 나를 사랑하며 살겠다, 내가 가장 먼저, 많이 나를 아끼면서 살겠다는 다짐이 또 거짓말임을 매번 증명하는 말이지 않을까. 대단한 걸 먹고, 잘 차려 먹고의 문제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 끼, 한 끼가 쌓여 내가 되는 된다. 먹은 대로 내가 된다. 먹는다는 것은 그렇게 내가 되는 원초적인 행위다. 오늘도, 이 한 끼도 정성껏 먹어야 하는 이유의 전부다.
어쩌면 마지막 음식이라고 생각하는 마음으로 먹는 것도 참 좋겠다. 우리가 먹을 수 있다는 건 분명 (운이 좋아 만난) 무지개와 같기 때문이다.
아무리 아름답고, 웅장하고, 신비로워도 무지개는 사라진다. 반드시 사라진다. 더 허무함을 더해 준다. 하지만 우리는 무지개가 사라진 뒤 허무함에만 갇혀 있지는 않는다.
어디서, 누군가와, 무엇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때 불현듯 무지개는 다시 나타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렇게 먹는다는 것도 언제나 무지개처럼 생각하는 게 분명하다.
구름만 조금 드리워도 무지개는 볼 수가 없는데도 말이다.
[ 알림 ] _ 8월 23일 [ 위대한 시간 2 ]에 작가와 독자를 초대합니다!!
@일정 : 2025. 8. 23(토) 13:00-17:00 (1차 - 온/오프라인 동시 진행)
2025. 8. 30(토) 17:00-19:00 (2차 - 온라인)
@대상 : 글을 좋아하는, [ 엄마의 유산 ] 공저자가 되고 싶은, 개인책 출간을 원하는 누구나!
@참여방법 : 참가비(1,2차 모두 합쳐 3만 원). 아래 신청링크 클릭
@장소 및 신청기한은 따로 명시하지 않겠습니다.(지난 1월이 경우 너무 많이 모이셔서 부득이하게 온라인으로 참여를 유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따라서, 신청기한은 선착순으로 100분까지만 오프라인, 그 이후는 온라인으로 참여하실 수 있으며 장소도 인원에 따라 변경될 수 있기에 '서울'이라는 것만 알려드리고 차후 공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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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이 브런치북 [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 30일 연속 글쓰기를 시작합니다. 30일 뒤에 한 권의 초고를 완성하려는 도전입니다. 그러는 동안 기존 라이팅 레시피는 잠시 멈출 수 있어요!!